사퇴한 정호영 '아빠찬스' 경찰 수사와 교육부 감사는?
대구경찰청 수사는 진행중
교육부는 감사 개시 저울질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밤 자진사퇴하면서, 정 전 후보자에 대한 경찰 수사와 교육부 감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보자 사퇴와 상관없이 시민단체가 고발한 ‘아빠 찬스’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교육부도 경찰 수사 결과를 봐가며 경북대에 대한 감사 개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4일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정 전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의대 편입학 의혹과 아들의 논문 참여 등과 관련해 경북대학교 업무담당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북대학교병원 관계자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북대에 있는 대구테크노파크 경북대센터를 방문해 자료를 제출받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개혁과전환을위한촛불행동연대 등 5개 단체가 자녀의 경북대의대 편입학 과정에 비리 의혹이 있다며 정 전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관계자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5개 단체는 병역 비리 의혹을 받는 정 전 후보자 아들에 대해서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며, 정 전 후보자의 공금 횡령 및 농지법 위반 의혹과 새마을금고 이사장 겸직 역시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도 정 전 후보자의 자녀 편입학 특혜와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를 모두 이첩받아 병합 수사를 진행해왔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참고인 조사와 관련 자료 분석을 통해 고발장에 제기된 의혹들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고발인 조사는 필요에 따라 추가로 할 수도 있고, 사건 절차에 따라 계속해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고발인 소환 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말씀 드릴 수 없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사를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경북대에 대한 교육부 감사도 경찰 수사 결과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대구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라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수사에서 중요한 내용이 드러날 경우 이를 종합 검토해 감사 개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의 감사 개시 여부는 정 전 후보자의 사퇴와 상관이 없다. 입시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든)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8일 경북대는 정 전 후보자 딸·아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을 조사해달라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 최근 3년 이내 대학이 먼저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한 것은 경북대가 처음이다. 당시 경북대는 “가장 큰 쟁점은 (정 전 후보자가) 이른바 ‘아빠 찬스’를 활용해 입시의 공정성을 훼손하였는지 여부”라며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직후 학내 관련 부서들의 자료들을 검토했으나 별다른 법률적·행정적 하자나 의문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체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일차적으로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고 추가로 사정기관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감사에 대한 여러 가지 시기와 계획을 인사청문회까지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지만, 지난 3일 정 전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 지 20일이 지나도록 교육부는 침묵을 지켜왔다.
정 전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이던 시절, 딸과 아들이 나란히 경북대 의과대학에 편입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딸은 정 전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던 2016년 12월 ‘2017년 경북대 의과대 학사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특히 아들의 경우 2017학년도에는 떨어졌지만, 정 전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이 된 뒤 ‘2018년 경북대 의과대 학사 편입 전형’에 새로 생긴 ‘지역 인재 전형’으로 합격해 제도 설계 의혹도 나왔다. 딸과 아들의 편입 전형에는 정 전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쓴 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줬다. 정 전 후보자는 평가가 ‘블라인드’로 이뤄졌다고 해명했으나, 당시 의대 학사편입학 구술고사‧면접고사는 수험생의 얼굴과 이름, 수험번호가 공개된 채 치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 자녀가 모두 정 전 후보자가 고위직으로 근무하던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이력으로 스펙을 쌓은 점, 정 전 후보자의 아들이 의대 편입 전인 2016년 경북대 교수, 석·박사와 함께 전자공학회 논문 2편에 유일한 학부생으로 이름을 올리고 이를 편입 과정에서 주요한 경력으로 소개한 점 등도 논란이 됐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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