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긴축, 재정 정상화 속도내는 EU.."3분기 중 마이너스 금리 탈피"

유병훈 기자 2022. 5. 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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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유럽연합(EU)이 그간의 확장적 통화·재정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이에 따라 8년간 계속된 EU의 ‘마이너스 금리’도 3분기 중 탈피할 것으로 보이고, 재정정책 역시 확장 정책에서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ECB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는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전망에 근거하면 3분기 말까지 마이너스 기준금리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23일(현지 시각)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ECB가 실제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지난 2011년 4월 이후 11년여 만의 첫 인상이며, 지난 2014년 6월 ECB의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가 제로(0) 미만으로 내려간 후 8년 만에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난다고 보도했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은행들이 ECB에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맡긴 돈에 대해 이자를 주지 않고 오히려 수수료를 받는다는 의미다. ECB는 당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가 0%대로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현재 -0.5%인 예금금리가 오는 9월 말까지 제로 상태가 되려면 7월과 9월 두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모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7월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정책목표 수준인) 2%로 안정되면 점진적으로 중립금리로 금리를 정상화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면서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시사했다. 이어 “유로존 경제가 과열된다면 정책 금리를 중립 금리 이상으로 순차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중립 금리는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경우의 균형 금리로서, 2% 수준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거나 디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다. 중립 금리는 이론상 수치에 가까운데, 현재 유로존의 중립 금리는 1% 또는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미하엘 슈베르트 이코노미스트는 라가르드 총재의 이같은 발언이 ECB가 오는 7월부터 내년 4월까지의 모든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금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1.25%까지 올릴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던 라가르드 총재가 공격적인 행보를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는 전했다. WSJ는 또 ECB 내부에서는 ECB의 7월 회의에서 통상적인 금리 조정폭 0.25%포인트보다 두 배인 0.5%포인트를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확장적 기조를 이어왔던 EU의 재정정책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현재의 경기부양 재정정책을 내년에 중립적 재정정책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고 패스컬 도너휴 아일랜드 재무장관이 이날 밝혔다. 이들은 경제성장이 회복하고 물가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있어 전면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더는 적절하지 않다며,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면 선별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도너휴 장관은 “재정 전략은 민첩해야 하고, 전개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EU 집행부 격인 EU 집행위원회(EC)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EU 재정준칙의 일시 중단 조치를 1년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EU 재정준칙인 ‘안정·성장협약’은 회원국의 건전 재정 유지와 재정 정책 공조를 위한 것으로, 회원국의 연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EU 회원국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 회원국이 EU 재정준칙에 구속되지 않고 코로나19 관련 지출을 자유롭게 하도록 유연성을 부여하는 면책 조항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지난해 한차례 재정준칙 일시중단 조치를 연장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연장방안이 회원국들로부터 신속히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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