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수도권 기후환경공약 '0개'.. 대선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실종된 기후·환경[6·1 지방선거]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김한솔 기자 2022. 5. 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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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사거리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거대 양당의 현수막에 기후·환경 의제는 찾아볼 수 없다. /성동훈 기자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을 우려하는 시대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대응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재생에너지 보급, 생태환경 조성 등은 중앙정부의 정책기조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지자체장은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탄소중립이행책임관을 지정하는 등의 역할도 해야 한다.

경향신문은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17개 시·도 단체장 후보들의 5대 공약을 24일 분석했다. 그 결과 집권당인 국민의힘 후보들 공약에선 기후·환경 정책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중에도 환경보다 개발 공약을 앞세운 후보가 적지 않았다. 기후위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적극적 대응을 공약한 후보들은 거대양당보다는 소수정당에서 더 눈에 띄었다.

인천 웅진군에 위치한 영흥 석탄화력발전소. 우철훈 선임기자

■여당 수도권 기후·환경 공약 ‘전멸’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23.7%를 차지한다. 인천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서울·경기는 2019년 기준 전국 전력 소비량의 44.9%를 차지한다. 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 부문이 87.2%(2019년 기준)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의 기후·환경 정책은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수도권 광역 단체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의 5대 공약 가운데 기후·환경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재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심 소득’ ‘공공의료’ ‘서울런’ 등 복지·교육 공약을 앞세웠다. 도림천, 정릉천, 홍제천 등 수변 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공약이 있지만, 대학가 인접 수변 공간에 카페형 도서관을 확대하는 등 시민 휴식공간 조성 위주다.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뉴 홍콩시티’ ‘제2 경제도시’ 등 경제 공약을 앞세웠다. 유 후보도 ‘맑은 물 생명의 도시’를 주요 공약에 포함했지만, 관광 자원 활용·다목적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는 ‘1주택 재산세 면제’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부동산 정책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후보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건물 에너지 효율 상승 등을 공약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신재생에너지 30% 달성, 그린리모델링으로 주택 에너지 효율화, 서울 전체 40% 녹지 면적 확보 등을 공약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RE100(재생에너지 100%) 10만 가구 프로젝트, 자원순환 마을 만들기 등을 공약집에 담았다. 재선에 도전하는 박남춘 인천시장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 2030년 조기 폐쇄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자원·에너지 순환 생태계 조성을 하겠다고 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수도권 여당 후보들의 ‘기후공약 실종’에 대해 “서울·경기는 발전소 생산지와 소비지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 관리를 해야 한다”며 “수도권의 역할이 매우 큰데, 공약이 없는 것은 중요한 시기의 지자체장으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라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에 대해서도 “에너지뿐 아니라 온실가스 총량 관점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거대정당 소속이 아닌 후보들은 기후위기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공약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사대문 안에서 승용차 이용통제 구역을 설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신지혜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는 자원회수시설의 직영화 및 기후위기시대 ‘필수노동’ 지정 등을 공약했다. 이정미 정의당 인천시장 후보는 수도권 탄소중립협의회를 구성해 영흥석탄화력발전소를 2030년 전면 폐쇄하고, ‘인천 정의로운전환위원회’를 구성해 고용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황순식 정의당 경기지사 후보는 ‘기후정의조례’를 마련하고 1가구 1태양광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북 군산공항 인근에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인 수라갯벌이 펼쳐져 있다. /강윤중 기자

■5개 광역시는 개발 사업 난무

신공항 건설 계획이 결정됐거나 추진중인 지역의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항 건설을 앞다퉈 공약했다. 변성완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2029년 완공을 공약했다. 서재현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도 통합 신공항과 배후 산업단지 건설로 광역경제권 확대를 공약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는 ‘대구 통합 신공항 건설 및 동촌 후적지 개발’을 5대 공약 중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10일 “프랑스 하원은 기차로 2시간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한다는 기후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며 “우리는 어떤가.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공항, 제주 제2공항 그리고 원주와 서산까지 국토 전체를 공항망으로 연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대전은 재선에 도전하는 허태정 대전시장(민주당)과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 모두 기후·환경 공약이 없다. 허태정 후보는 첨단·미래 산업단지 750만평 조성, 노후 아파트 재건축·용적률 상향 등을 공약했다. 이장우 후보 역시 산업 용지 500만평 이상 조성, 대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조기 건설 등을 약속했다.

울산의 경우 민주당 소속인 송철호 현 시장과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간 기후·환경 공약 차이가 비교적 뚜렷했다. 송철호 후보는 ‘저탄소·친환경 산업전환으로 일자리가 넘치는 미래산업도시’ 공약을 선두에 배치하고, 정의로운 산업 전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 조성 등을 공약했다. 반면 김두겸 후보는 1번 공약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내세웠다.

이유진 부소장은 “공항 등 개발사업이 난무하고, 산업단지 유치 등을 했을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데 대한 대안도 안 보인다”며 “기후재난 시대에 시민의 위험, 세계적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지역 일자리 충격 등 탄소중립에 대한 방향성 자체가 없는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강기정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는 거대정당 후보 중 ‘기후 행동’과 ‘거버넌스(민관협력)’를 말한 유일한 후보였다. 강 후보는 기후환경·공공안전·마을돌봄 등 수당 적합 사업을 발굴해 다양한 시민참여 일자리와 연계한 ‘참여 수당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도시 탄소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지역별 맞춤형 온실가스 저감 및 기후 적응 사업을 추진하고, 에너지·대기·자원순환·물 등 통합 관점의 기후위기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공약했다. 이 부소장은 “광주 공약이 가장 구체적”이라며 “지자체가 온실가스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갈등 조정, 의견 수렴, 참여 요구 등을 거버넌스를 통해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수정당 가운데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장 후보는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 설치 및 공공기관 태양광 의무 설치, 기후위기·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강화, 에너지 복지 조례 제정 등을 공약했다. 장연주 정의당 광주시장 후보는 기후 부시장을 임명해 광주시 기후에너지본부를 운영하고, 탄소중립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전남 무안 지역의 한 태양광 발전 시설. 권도현 기자

■에너지 전환 지역별 대응도 미흡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나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에서도 구체적인 기후환경 공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충남은 석탄화력발전기 중 절반이 밀집한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이다. 화석연료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일자리 상실 등 많은 변화를 앞두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의 5대 공약에 관련 내용은 없었다. 다만 15개 시·군별 공약에 충남 당진에 RE100 산업단지와 수소특화단지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 후보는 5대 공약 안에 충남 보령·서산·당진 탄소중립시범도시 육성, 에너지 전환 대응 전담기구 설치, 석탄발전소 종사자 일자리 전환 교육 등을 넣었다.

안인석탄화력발전소와 삼척석탄화력발전소 등 신규 발전소가 들어서는 강원도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모두 5대 공약 중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특히 강원지사에 출마한 이광재 민주당 후보와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 모두 환경파괴 논란이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공약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지난해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반려 처분을 받으면서 사실상 케이블카 설치가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받았지만, 여야 모두 지난 대선 때부터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내 탈석탄 연대인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 23일 “석탄 발전소가 소재한 인천, 충남, 경남, 전남, 강원 다섯개의 광역지자체는 그 어느 지역보다 탈석탄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은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논밭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로 17개 시·군 대책위가 만들어지는 등 주민 갈등이 심각한 지역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관련 공약을 낸 후보는 없었다. 그 대신 첨단반도체 특화산단, 레이저 연구시설, 우주·드론산업 복합단지 구축 같은 신산업단지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북은 여야에 따라 에너지 공약이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으로 뚜렷하게 갈렸다.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는 5대 공약 중 2번 공약으로 ‘첨단 원자력(SMR) 특화 국가 산단 조성’을 공약했다. 원자력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경북에 국가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임미애 민주당 후보는 2번 공약으로 경북을 ‘친환경 재생에너지 생산 메카’로 만들겠다고 했다. 2025년까지 전체 가구의 20%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2030년까지 공공건물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강한들·김한솔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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