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고 싶다" 5·18 계엄군 끌어안은 오월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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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들을 다시 만난 것 같습니다."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으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 10여명은 42년만에 처음으로 계엄군들을 만나 눈물로 이들을 용서하고 이들과 화해했다.
김씨 등이 약속 장소에 들어설 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90세가 넘은 임 여사가 "아들을 만난 것 같다"며 두 계엄군을 끌어안자 다른 오월어머니들도 연신 눈물을 훔치며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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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죽은 아들을 다시 만난 것 같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첫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의 어머니 임근단 여사는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을 꼭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다.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으로 가족을 잃은 오월어머니 10여명은 42년만에 처음으로 계엄군들을 만나 눈물로 이들을 용서하고 이들과 화해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사죄의 뜻을 밝힌 3공수여단 출신 김귀삼 씨 등 2명과 오월 어머니들의 만남을 주선한 자리였다.
지난 19일 김씨 일행을 만나기 위해 광주 전일빌딩 내 한 전시관에 모여있던 오월어머니들은 "심장이 콩닥거린다"며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오월어머니들의 가족을 해친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었지만 피해자 유족들을 만나러 온 김씨 등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김씨 등이 약속 장소에 들어설 때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90세가 넘은 임 여사가 "아들을 만난 것 같다"며 두 계엄군을 끌어안자 다른 오월어머니들도 연신 눈물을 훔치며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봤다.
진심을 담은 포옹 한 번으로 42년 묵은 오월어머니들의 원망이, 계엄군의 죄책감이 씻겨지는 듯했다.
임 여사는 "아들을 때린 당사자를 만났어도 이렇게 안아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숨지게 된 상황과 경위를 목격자들에게 전해 들은 것이 전부인 임 여사는 "계엄군 당사자를 만나면 그때 당시의 정확한 상황을 들어보고 싶다"며 "(이 자리에 온) 두 사람이 그들과 만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자리에 참석한 오월어머니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오월어머니들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어야 했던 군인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며 "당신들 역시 피해자"라고 위로했다.
이어 "용서를 하고 싶어도 용서를 할 사람이 없다"며 "보다 많은 사람이 고백과 증언을 통해 용서와 화해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월어머니들의 말을 조용히 경청하던 김씨는 "이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그대로 옮겨적고 "같은 부대 출신 예비역들의 모임에 이 말을 꼭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오월어머니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한쪽에는 공수부대, 한쪽에는 학생들이 대치하고 있는 곳에 제 어머니가 오신 적이 있다"며 "피가 흥건한 바닥에 주저앉아 이쪽도 내 새끼들, 저쪽도 내 새끼들이라며 오열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씨는 자신이 직접 시위대 한 명을 대검으로 찔렀다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을 증언하며 "꼭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누군지 찾을 수 있다면 꼭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죄를 하고 싶어도 괜한 말을 해서 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용서를 받을 수는 있을지 하는 걱정에 숨죽이고 있는 계엄군 출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들에게도 오늘의 상황을 잘 전하고 용서와 화해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자리를 함께한 또 다른 3공수여단 출신 김 모씨 역시 "오늘 이 자리에 나가는 것을 가족들이 강하게 반대했다"며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 자리에 나와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니 42년간 짊어졌던 마음의 짐이 훨씬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진다"며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조사위는 이튿날에도 오월어머니와 3공수여단 출신 최모 일병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오월어머니들은 이 자리에서도 따뜻한 포옹을 건넸고, 최 일병 역시 "피해자 가족이 용서해 주신 그 마음을 다른 계엄군들에게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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