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오르는데..추경에는 '기초연금 인상분' 절반만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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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물가 상승에 따른 기초연금 인상분 예산을 절반만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다른 사업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불용액 사용을 전제해 집행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한 국가재정 운용방식이라 보기 어렵다"며 "특히 정부가 추경안 편성에서 재원마련을 위한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불용 예상 사업이 있는 경우 감액 대상사업에 포함해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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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의적' 재정지출에 투명성 훼손
정부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물가 상승에 따른 기초연금 인상분 예산을 절반만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국채를 한 푼도 발행하지 않고 59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하고 예비비는 1조원 증액하는 상황에서 앞뒤가 안 맞는 재정 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국회에 제출된 2차 추경안에는 가파른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안정 예산이 포함됐다. 식자재 물가가 오른 만큼 장병 급식비 단가를 올리고, 고유가로 인해 저소득층 냉난방비 지원 단가를 올리는 식이다. 기초연금 역시 물가를 고려해 기준연금액이 인상(30만1500원→30만7500원)됐기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추경안에는 추가소요 예산 3200억원 가운데 55%인 1760억원만 반영해 1440억원가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연금도 기초연금액에 연동해 인상되지만 추경안에 아예 담기지 않았다. 나갈 돈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어디에서 충당할지는 가계부에 빈칸으로 남긴 것이다.
정부가 내민 이유는 ‘재원 부족’이다. 정부는 “추경 편성 과정에서 재원이 부족해 추가소요를 모두 보전할 수 없었고 부족분은 다른 사업 불용액으로 충당하겠다”는 태도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채는 9조원 상환하고 1조원의 예비비를 증액하는 안을 발표한 상황에 재원 부족이라는 모순적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예비비는 국회의 사전 심의 없이 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다른 사업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불용액 사용을 전제해 집행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한 국가재정 운용방식이라 보기 어렵다”며 “특히 정부가 추경안 편성에서 재원마련을 위한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불용 예상 사업이 있는 경우 감액 대상사업에 포함해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떤 사업에서 불용액이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불용액이 안 나와도 예비비로 충당할 수 있어서 수급자가 연금을 못 받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재부 설명대로 기초연금은 법정 의무지출이기에 ‘어떻게든’ 지급된다. 문제는 이런 꼼수로 정부의 자의적인 재정 지출이 늘어나 재정 투명성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국회의 사전 심의 없이 쓸 수 있는 예비비를 늘릴 게 아니라 기초연금을 적정예산에 맞게 증액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꼬집었다.
기초연금 예산의 축소 편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본예산에서도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0.5%(2020년 상승률)로 두고 기초연금 인상분을 반영했다. 10여년 만에 온 고물가와 동떨어진 전망인 데다, 지난해 정부가 2022년도 본예산을 편성하며 기초로 삼은 물가상승률 전망치(1.4%)에도 한참 못 미친다. 기초연금은 총예산이 16조원을 넘는 대형 사업으로 물가 변동에 따라 지출액 변동이 커지는데도, 이를 의도적으로 줄여 잡은 것이다. 정해진 복지 총예산 안에서 법적으로 무조건 지급되어야 하는 기초연금 예산을 일부러 줄여 잡는 방식으로 보건복지부 예산을 조절하는 실무적 꼼수인 셈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자의적 재정 운용이다. 의무지출은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하도록 편성해야 하고 기재부도 의무지출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해 복지 예산 총액을 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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