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민주당을 팬덤정당 아닌 대중정당으로"..이재명 "전적 공감, 확대 해석은 경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고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비위에 연루된 당내 인사들을 옹호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과 단절을 선포하고 당 혁신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 밖의 확대해석은 경계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 나가겠다”면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며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팬덤정치·내로남불 작심 비판
박 위원장은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성비위·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박완주·최강욱 의원에게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은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 다양한 이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팬덤 정치란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약 등을 봐야 하는데 맹목적인 충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며 “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 정치권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성비위·성희롱 논란에 각각 휩싸인 박완주·최강욱 의원을 감싸면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에게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위원장은 당 혁신을 위해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기후위기 대응, 사회 불평등 해소, 청년 정치인 육성 등을 약속했다. 그는 “평등법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15년째 지키지 않았다. 약속을 했으면 지키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불평등 해소, 연금 개혁 같은 다음 세대를 위한 당면과제 역시 늦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겠다. 청년이 권한을 갖고 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당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금주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6·1 지방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당에 등을 돌린 진보·중도층을 겨냥한 반성·쇄신·성찰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박 위원장은 “전국 유세 현장에서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는 아픈 소리도 들었다. 정말 면목 없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11초간 사과했다. 그는 “염치없지만 한 번 더 부탁드린다”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거듭 읍소했다.
■당내 엇갈린 반응…중도 확장·지지층 결집 딜레마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박 위원장의 대국민 호소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뜻을 모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오만한 민주당, 기득권이 된 민주당에 심판을 내리시려 한다”며 “민주당을 심판하더라도 씨앗은 남겨달라”고 호소했다. 경기지사 선거가 박빙 양상으로 흐르자 당 쇄신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86그룹 용퇴론을 비롯한 당 쇄신안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당과 협의된 바 없다”며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지지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그 밖의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 민주당은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의 삶을 개선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동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은 박 위원장 뒤에 숨었다”는 논평을 내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선 중도층 확장 전략과 지지층 결집 전략이 경합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당에 등을 돌린 진보·중도층 유권자에게 읍소했다면, 이 위원장은 지지층 결집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전날 경남 김해시 유세에서 “지난 대선에서 투표했던 분 중 3분의 1은 투표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며 지지층에게 “투표하면 이긴다”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당 문제 사과보다는 국민의힘 비판에 집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며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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