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상 최대 적자 속 민간 발전사 '역대급 실적'
올해 1분기 한국전력공사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반면, 민간 발전사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이 늘었지만 한전에는 이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한 덕분이다. 정부가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발전사가 누리는 ‘역대급’ 흑자 행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SK E&S의 발전 자회사인 파주에너지서비스 1분기 영업이익은 231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415억원) 대비 456.6% 증가했다.
파주에너지서비스의 영업이익은 대부분 전력 매출에서 발생했다. 전력을 생산하는데 쓰이는 액화천연가스(LNG)·도시가스를 매입하는데 3616억원을 지출했는데 전력 매출액은 6038억원이었다. 모회사인 SK E&S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05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740억원)을 웃돌았다.
GS EPS는 1분기 영업이익이 2554억원으로 1년 전(355억원) 보다 619.4%나 뛰었다. LNG 복합화력발전기 4곳을 보유한 GS EPS는 올해 1분기 5778억원의 전력을 시장에 판매했다. 반면 전력 생산에 투입한 원재료 가격은 2755억원이었다. 포스코에너지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716억원)대비 48.9% 늘어난 1066억원을 기록했다.
민간 발전사들이 이같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데는 연료비에 비례해 전력도매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단가는 1분기 내내 전년대비 100% 넘게 뛰며 ㎾h(킬로와트시)당 200원에 육박했다. 반면,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비싸게 사들일 수밖에 없는 한전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해 올 1분기에만 7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국가는 연료가격 폭등으로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거나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등의 규제 도입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익이 과도하게 증가한 에너지기업에는 25%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도 석유·가스 기업에 횡재세 추징을 검토 중이며 포르투갈은 일시적으로 천연가스에 가격 상한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가스 파이프 라인이 폐쇄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유럽 가스 거래소의 가격상한을 설정하는 등 유럽 전체 가스가격에 대한 일시적인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발전사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민간 발전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과도한 폭리를 방지하기 위해 전력도매가에 상한을 설정하도록 요청하는 내용의 국민 동의청원이 5만명의 동의를 받아 산업통상중소벤처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하는 비상 상황에 전기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전력시장 정산상한가격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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