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양도' 한 달 새 3배 늘었다.. 거리두기 풀리자 매출 반토막 난 밀키트 매장
코로나19 동안 급성장했지만 일상 회복 이후 '타격'
밀집된 매장·차별성 부족 등으로 경쟁력 저하
24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밀키트 매장은 찾는 사람 한 명 없이 한산했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거리여서 골목을 다니는 사람은 많았지만 매장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이어서 얼핏 보기엔 문을 닫은 가게처럼 보일 정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밥을 먹는 1, 2인 가구가 늘면서 지난 2년 동안 밀키트 매장 개업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서 밀키트 매장은 역풍을 맞고 있다.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가게를 내놓는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마포구에서 밀키트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36)씨는 한 달 사이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전에는 평일 하루 매출이 70만원에서 8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평일 하루 매출이 30만원에서 40만원 정도”라며 “그나마 거리두기 해제 전 100만원 정도였던 주말 매출도 최근 70만원 정도로 줄어든 편”이라고 호소했다.
인근에서 밀키트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43)씨도 올해 3월과 4월 매출이 30% 정도 감소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코로나19 동안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사람들이 주로 집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밀키트 가게를 오픈하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외식이 늘어나니 가게 매출은 급감했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식자재 가격까지 오르고 있어 앞으로 매출이 더 떨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밀키트는 밀(meal)과 키트(kit)의 합성어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으로 구성된 간편 요리 세트다. 간편하고 손쉽게 집에서도 요리를 즐길 수 있어 코로나19 팬데믹 중 외식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지난 2년간 급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000억원까지 커졌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다시 외식을 즐기면서 밀키트 매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달 18일부터 지금까지 총 48건의 무인 밀키트 매장 양도 글들이 올라왔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무인 밀키트 매장 양도 글이 17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한 달 만에 3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반년 동안 경기도 수원에서 밀키트 가게를 운영해 온 이모(38)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한 가게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내놓았다. 이씨는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도 창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밀키트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매출이 급감해 가게를 폐업했다. 이씨는 “작년에만 하더라도 한 달에 700만원에서 800만원은 벌었는데 요즘은 매출이 반토막났다”며 “현재는 밀키트 가게를 접고 다른 업종의 창업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국내보다 먼저 코로나19로 밀키트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미국도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밀키트 수요가 줄어들었단 분석이 나왔다. 소매업 시장분석업체 ‘코어사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밀키트 시장은 지난 2019년 34억달러, 2020년 58억달러, 2021년 68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69% 성장을 기록했으나, 2021년에는 성장 폭이 18%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뿐 아니라 밀키트 매장의 과잉 공급과 차별성 부족 등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는 300m 거리에 밀키트 매장이 3곳 입점해 있었고,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는 200m 거리 내에 밀키트 매장이 4곳이나 운영되고 있었다. 밀키트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주로 부대찌개·닭갈비·파스타·김치찌개 등으로 대부분 비슷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밀키트 매장 간 판매하는 제품들 사이에는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다”며 “무인으로 밀키트만을 판매하는 매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밀키트 시장 자체의 전망은 괜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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