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전쟁 장기화 우려 속 평화협상 '희미한 희망'

송병승 2022. 5. 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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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문제 최대 난관..전선 교착 상황서 양보 불가
러 "대화 준비"·서방 "휴전 논의 필요"..'평화 로드맵' 주목
5차 평화협상장에서 마주한 러시아-우크라이나 대표단 [아나돌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평화 협상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양측은 일진일퇴 공방을 거듭하면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한 채 '장기 진지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최근 러시아군이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점령지에서 방어진지를 구축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전쟁의 장기화로 우크라이나군과 민간인의 희생이 늘어나고 특히 점령지에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고 효율적인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이처럼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피해가 불어나자 휴전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제사회도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며 휴전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개전 닷새만인 2월 28일 1차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래 5차에 걸쳐 평화 협상을 벌였다.

3월 29일 터키의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5차 협상이 열렸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월 초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부차 집단 학살' 현장 방문한 젤렌스키 (부차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중앙)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4월4일 방탄조끼 차림으로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서쪽 소도시 부차를 방문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집단학살은 전쟁범죄"라며 이 사건으로 러시아와 평화협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2022.4.5

2개월 가까이 대화가 중단되고 있지만 평화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측 협상 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실 보좌관은 22일 벨라루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나는 공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회담이 중단된 것은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의도였다"고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그는 "러시아는 최고위급을 포함, 회담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를 거듭해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 영토의 일부라도 러시아에 넘기는 방식의 평화협상은 불가하다는 뜻을 밝혔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트위터에 "전쟁은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2월 24일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곧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1㎝라도 내줘서는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희생하는 것은 서방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토 문제가 민감한 상황에서 평화 협상이 열리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전하다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군 병사를 죽이지 않는 한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끝까지 저항하다 투항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포로 교환을 통해 석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아조우스탈의 투항병과 러시아군 포로의 교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을 동결하고 모든 것을 중지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제안에 건설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최소한 어떤 반응을 보인다면 우리는 협상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교적 돌파구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쟁을 멈추게 할 1%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회를 잡아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와 중재 노력도 평화 협상 재개를 압박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동시에 평화 회담도 시작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당사국이 얼굴을 맞대고 즉각적인 휴전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1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화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협상 재개를 위해 '평화 로드맵'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 전달했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및 평화 정착을 위한 4단계 로드맵을 협상 당사국들에 제시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23일 전했다.

평화 로드맵에는 휴전에 이어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중립국화 지위 협상, 돈바스·크림반도 등 영토 문제에 대한 양자 협상, 유럽 평화·안보에 대한 다자간 협정 등의 단계별 프로세스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이를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유엔, 유럽연합(EU), 주요 7개국(G7) 등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탈리아 당국에서 평화 로드맵을 전달받았다며 "이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검토를 완료한 뒤 이에 대한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이탈리아의 평화 중재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휴전은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무력 사용 중단과 조건 없는 철수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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