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장 선거전, 창신동 재개발 방식 놓고 '후끈'
이번 종로구청장 선거 핵심 전선은 창신동 남측 일대 재개발 사업 방향이다. 서울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부터 1·6호선 동묘앞역 사이의 창신동 남쪽 10만7997.5㎡(약 3만2000평) 면적의 구역을 정비하는 것이 뼈대다. 이곳에는 1960~70년대 형성된 신발 제조, 문구·완구 도매, 인장 인쇄 업체 등 도심 산업 시설이 밀집했다.
창신동 일대는 2007년 인근 숭인동과 함께 '창신·숭인뉴타운'으로 재개발이 추진됐으나 2013년 일부 지역은 뉴타운 지정이 해제됐다. 이번에 재개발을 추진하는 창신동 남측 지역은 당시 뉴타운 지정 해제 대신 이듬해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을 선택한 곳이다. 도시정비형 재개발은 박 전 시장이 추진한 정비 방식으로 도로 구획 등 기존의 구조를 살려 재개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4월 28일 서울시는 '창신 1~4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창신동 일대 도시 재정비 방안을 두고 유 후보는 현재 네 개 구역으로 나뉜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재개발 민관합동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구역별 맞춤형 정비를 공약했다. 정 후보는 네 구역을 하나의 구역으로 통합해 개발하는 '창신미래도시 계획안'을 내세웠다.
"이해관계 복잡한 '통개발' 어려워"
23일 오전 7시, 종로 청계힐스테이트아파트 앞에서 민주당 유찬종 후보의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인근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골목 입구에 서서 출근길 시민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가 건넨 파란색 명함에는 '종로를 가장 잘 아는 후보'라고 적혀 있었다.남편의 다섯 번째 항암치료를 위해 함께 병원에 가고 있다는 한 주민은 유 후보에게 "아이고, 오랜만이네. 우리 집 아저씨 5차 하러간다"며 인사했다. 종로에서 구·시의원을 지낸 유 후보는 선거 유세 중 지인을 자주 마주쳤다.
유 후보는 민관합동심의위원회 구성을 통한 도시개발을 공약했다. 창신동 남측 일대는 획일적 대규모 철거가 아닌 구역별 순차적 정비에 나서자는 것. 2014~2018년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유 후보의 재개발 공약은 박 전 시장의 도시 재정비 기조와 일맥상통한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는 '통개발' 방안에 대해 "무작정 한 구역으로 합쳐 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공약은 주민 편 가르기"라며 "규제·규정 등 구체적 사정을 모르는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동묘앞역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창신동 남측 재개발) 사업 구역에서도 수년에 걸쳐 주민 동의가 이뤄졌는데,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게 얽힌다는 점에서 '통개발'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슬럼화 심각, 통개발해야"
같은 날 오전 8시,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도 서울지하철 6호선 창신역 2번 출구 앞에서 선거 유세에 나섰다. 창신 쌍용1·2단지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역이라 이른 시간임에도 인파로 골목길이 가득 찼다. 정 후보는 지나가는 차량과 행인을 향해 90도 인사를 하며 "서울의 심장 종로를 위해 뛰는 구청장 후보 정문헌입니다"라고 외쳤다.정 후보는 종로구 삼청동에서 태어나 경복고를 졸업했지만 강원 속초·고성·양양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종로에서는 사실상 '뉴페이스'다. 그는 "종로구 정치는 안 해봤어도 청와대(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역임), 국회에서의 중앙 정치 경험을 살려 종로구에 빠르고 실질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핵심 재개발 관련 공약은 가칭 '창신미래도시 계획'이다. 현재 창신 1~4구역으로 나눠진 재개발 예정지를 하나로 통합해 대형 도심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이다. 흥인지문과 가까운 서쪽 구역은 고도 제한에 맞춰 공원 등 낮은 높이의 녹지로 조성하고 동쪽 일대는 고층 건물을 세워 용적률을 높이자는 것.
정 후보는 "통개발이 아니면 종로를 살릴 방법이 없다"면서 "(창신 1~4구역이) 네 구역으로 나눠 개발 고시(告示)됐더라도 (구역 지정을) 꼭 바꿔야 한다"고 했다.
창신동 동대문신발도매상가에서 일하는 60대 상인은 "창신동 일대가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슬럼화됐다. 부분 개발보단 통째로 개발돼야 한다"면서 "재개발 기간 동안 영업장을 옮기는 건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
Copyright © 신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