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美교사, 50만원 벌려고 '매혈'
기록적인 물가 상승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피를 팔아 생활비를 버는 서민들이 등장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는 루이지애나주 슬리델에 사는 공립학교 교사 크리스티나 실(41)의 사연을 조명했다. 실은 18년간 일해온 유아 특수교사이자 15세, 12세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워킹맘이다. 그의 연봉은 5만4000달러(약 6800만원)다. 그는 물가 상승 압력을 받기 전까지는 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기 시작했다. 식재료 구입비가 150달러(약 18만원)에서 200달러(25만원)로 늘어났다. 유류비는 40달러(약 5만원)에서 70달러(약 8만원), 전기‧가스 요금은 150달러에서 두 배가량 치솟았다. 실은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빚까지 쌓였다. 동료 교사들도 생활비 압박에 못 이겨 집에 있는 물건이나 차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가정교사로 부업을 뛰는 이들도 있었다.
부업에 쏟을 기운이 없었던 실은 ‘혈장 공여’를 택했다. 혈장은 혈액 속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 성분으로 치료에 쓰인다. 미국에선 혈장 공여 행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가능하다.
실은 지난 6개월간 매주 화요일, 목요일 꼬박 헌혈 센터를 찾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혈장을 기부하면 월 400~500달러(약 50만~63만원)를 벌 수 있다. 실이 헌혈 센터를 방문한 지난 4월 말에는 혈장을 제공하고 돈을 받으려는 이들로 센터가 꽉 차 있었다.
주 2회씩 혈장을 제공하다 보니 실의 몸은 엉망이 됐다. 그는 단백질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더 이상 채혈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실은 단백질 음료와 철분 보충제를 마셔가며 3주 만에 정상 수치로 끌어올린 뒤 다시 센터로 찾아갔다. 팔에 난 주삿바늘 자국은 비타민E 오일을 발라 완화시켰다. 지난달에는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갔고 담낭이나 궤양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실은 치료비가 1000달러(약 126만원) 가까이 든다는 말을 듣고선 수술을 포기했다고 한다.
실은 ‘혈장 공여’가 자신의 일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부수입의 일환이기 때문에 매혈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WP에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혈장을 팔아야 할 줄은 몰랐다”며 “모든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냈지만 중산층은 어떤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5% 급등했다.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한편 미국은 세계 최대 혈장 수출국으로, 의료 및 연구를 위한 전세계 혈장의 3분의 2가 미국에서 공급된다. 미시간 대학이 지난해 발표한 ‘혈장 기증(공여)와 빈곤의 상관관계’ 연구에 따르면, 2019년 혈장 유상 공여 사례는 5350건에 달하며, 기부금 액수도 2006년의 4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2005년 약 300개였던 미국의 혈장 기증 센터는 2020년 900개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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