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반찬 매출 100억 비결..'여사님'과 간보기 [사장의 맛]

석남준 기자 2022. 5. 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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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잘 팔리는 반찬
프라이팬 3개월마다 교체하는 이유
집반찬연구소 박종철 대표

반찬 직접 만들어먹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먹을 데도 많습니다. 집앞 반찬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마트에서도 반찬을 팝니다. 요즘은 반찬 파는 프랜차이즈도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경쟁력 갖기 어려워 보이는 반찬 시장에, 그것도 온라인으로 뛰어든 사장이 있습니다. 2016년 12월 사업을 시작해 5년 넘게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집반찬연구소 박종철(40) 대표입니다. 집반찬연구소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장의 맛’이 박 대표를 만났습니다.

집반찬연구소 박종철 대표가 집반찬연구소에서 판매하는 상품들 곁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지호 기자

◇”뉴스보고 죽고 싶었다”

‘사장의 맛’에 소개된 사장님들 가운데 ‘식당 아들’이 참 많습니다. 일도씨닭갈비, 이스트빌리지 등을 운영하는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까치화방, 미미옥 등을 운영하는 황윤민 대표 등이 그랬습니다. 집반찬연구소 박종철 대표도 그렇습니다. 박 대표는 “부모님이 감자옹심이, 보쌈집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인천에서 강원 토속음식점(산넘머남촌)을 직접 운영했습니다.

-식당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네요.

“초등학교 때는 잠자는 집이 음식점이었어요. 그만큼 식당이 익숙하죠.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와 감자옹심이를 파는 식당(산너머남촌)을 열었어요. 가맹사업을 해서 매장을 15개(직영 2개)까지 늘렸죠.”

-결국 끝은 어땠나요?

“2016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산너머남촌 가맹사업을 끝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결정타가 되긴 했지만, 여러가지로 상황이 안 좋았어요. 비슷한 시기에 대기업에서 한식 뷔페(계절밥상, 자연별곡 등)를 잇따라 오픈했어요. 저희랑 가격대와 고객이 딱 겹쳤죠. 하루에 손님이 2명뿐인 매장도 있었고요. 힘든 시기가 1년 넘게 이어졌어요. 적자가 한 달에 5000만원씩 나기도 하고요. 제가 한 번도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그 당시 죽고 싶었어요. 그 때 중소기업 사장이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는데, ‘아 사업이 망하면 죽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산너머남촌을 접고 바로 집반찬연구소를 한 건가요?

“반찬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당시에 반찬을 온라인으로 파는 회사가 잘 됐거든요. ‘와 나는 죽게 생겼는데, 똑같이 한식인데 저긴 왜 저렇게 잘 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찬 시장에 뛰어들겠다 다짐했죠. 그런데 돈이 없잖아요. 가족들한테 그랬어요. ‘내가 식당 새로 하나 내서 잘 되면 반찬사업하고, 안 되면 그냥 외식업에 전념하겠다’고요. 그래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빌려서 영월애곤드레라는 식당을 열었어요. 다행히 너무 잘 됐어요.”

-그럼 계속 식당 사업을 하면 되지 않았나요?

“이미 온라인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영월애곤드레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집반찬연구소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아버지에게 가게를 맡기고 저는 온라인 사업에 전념했죠.”

◇3등 전략을 세우다

박종철 대표는 줄곧 식당을 해왔던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온라인 사업은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거기다 반찬 사업은 대기업 동원그룹에 인수된 온라인 반찬업체 ‘더 반찬’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사업이 생소했을텐데요.

“온라인 부분은 아는 것도 없고, 인맥도 제로였죠. 방법 있나요. 배워야죠. 컴퓨터 학원 등록해서 서너달 다녔어요. 컴퓨터는 만만치 않더라고요. 영월애곤드레 매장 카운터 일을 하면서 1년 넘게 온라인 마케팅 수업을 들었어요.”

-반찬도 생소한 분야 아니었나요?

“제가 한식당을 오래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잖아요. 오히려 반찬 만드는 건 낯설지 않은 영역이었어요. 제가 가맹사업을 하면서 소스, 재료 만드는 식품 회사를 갖고 있었거든요. 그 회사에서 반찬 부분을 확 키워서 공장을 만들었어요.”

-창업 자금은 얼마나 들었나요?

“7억~8억원 정도 들어갔어요. 100평짜리 가게 여는데 인테리어, 기물, 보증금해서 4억원 정도 들어가거든요. 그러니까 매장 2개 정도 할 정도로 투자한 거죠. 주변에서 ‘그 돈 있으면 매장 두 개 여는 게 낫겠다’ ‘반찬가게부터 열고 시작해라’ 등등 수없는 말을 들었죠. 그때는 이상하리만치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으로 시작해선 답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이미 반찬 시장에는 강자가 있었는데요.

“1등 회사는 이미 매출이 200억원을 넘긴 상황이었어요. 제가 반찬 사업 준비한다고 학원 다니는 동안 배달 플랫폼(배민찬)이 반찬 시장에 진출했어요. 그때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의 결과는 뭔가요?

“애초에 이 사업을 설계할 때는 2등을 하자는 전략이었는데, 바꿨죠. 이 시장에서 3등을 목표로 해보자고요. 1, 2등 매출의 30%만 해보자고 목표를 세운 거예요. 1등, 2등은 대중적이었어요. 1등과 2등을 제외하면 모두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죠.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프리미엄으로 간다’고 결정했어요.”

-프리미엄 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업계에 저희보다 고가 식자재를 쓰는 데는 없다고 확신해요. 반찬시장에서 프리미엄이라는 건 결국 최고 퀄리티의 식자재를 쓰는 거예요. 예를 들면 대부분 참기름, 간장을 대개 수입산 쓰는데 저희는 국내산 써요. 사실 참기름, 들기름만 국내산 써도 1년에 추가 비용이 1억5000만원이예요. 저희 제품은 포장에 재료 표기가 아주 크게 돼 있어요. 영어로 돼 있거나 낯선 성분이 들어간 건 아예 안 쓰려고 해요. 집반찬연구소에 진미채, 부대찌개가 없는 것도 그 이유예요. 진미채의 경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징어채는 유화제, D-소르비톨, D-글루타민산 나트륨 등의 ‘식품첨가물’ 처리가 되어있는 외국산 오징어채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저흰 그냥 안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또 어떤 게 프리미엄인 건가요.

“식재료에 더해 부자재도 고급화했어요. 햇반 드실 때 보면 힘들이지 않고 쓱 필름을 떼어내잖아요. 그걸 ‘이지필름’이라고 하는데, 저희 포장도 다 그래요. 그리고 반찬 담는 용기를 모두 검정색으로 해요. 보통 반투명이나 흰색인데, 제가 음식점 하는 사람이니까 접시에 뭐가 묻어서 나가면 볼품 없더라고요. 이런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회사 운영하는 입장에선 모두 비용이거든요.”

-초기부터 반응이 좋았나요?

“전혀요. 첫달 매출이 1500만원이었어요. 적자였죠. 창업한 첫해에 월 마이너스 6000만원까지 찍었어요. 그런데 장사하면서 월 5000만원 적자 나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년 가까이 영월애곤드레에서 얻는 수익을 집반찬연구소에 들이부었습니다.”

집반찬연구소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었다.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쉽게 떼어지는 용기 필름, 박스 포장, 한 눈에 들어오는 원재료 표기. /집반찬연구소

◇“맛 없다”는 말보다 무서운 말은 “맛이 변했다”

창업 초기 적자에 시달렸던 집반찬연구소는 입소문이 나며 성공 궤도에 안착합니다. 그는 성공의 비결로 ‘어머님들의 피드백’을 꼽습니다.

-주 고객층이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타깃이 4인 가족이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다 보니 가격이 다른 데보다 비싸요. 처음엔 경쟁사들에 비해 30% 정도 비쌌어요. 지금은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많이 올려서 15~20% 정도 저희가 비싼 거 같아요.”

-비싼 데도 사는 사람들은 누군가요?

“서울 강남 4구와 용산, 마포구가 저희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가 자신있게 얘기하는 장점이 저희 재구매율이 75%예요.”

-죄송한 얘기이지만, 반찬 맛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요?

“맞아요. 멸치볶음을 먹고 ‘우와, 이런 반찬이 있다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주변에서 너네 반찬 맛있느냐고 묻는데, 저는 그래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는 맛의 간이라고 해야할까요. 좋은 재료 쓰는 데 더해서 간이 일정한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간이 더 중요하다고요?

맛의 항상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반찬은 나랑 간이 맞지 않으면 못 먹어요. 그럼 다른 가게를 찾아야 맞는 거예요. 그런데 나랑 간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간이 변한다? 그럼 단골 고객도 떠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맛 없다’는 말보다 ‘간이 약해졌어. 세졌어’라는 말이 저희한테는 더 무서운 말이에요.”

-맛의 항상성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콩나물 무침을 예로 들면 소금을 치고 버무리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용기에는 짠 콩나물무침이 들어가요. 레시피를 잘 지키고 잘 버무렸어도 냉장고에서 보관하는 과정에서 짠 게 밑으로 내려갈 수 있거든요. 저희는 포장하기 전에 또 한 번 버무리는 걸 매뉴얼화했어요. 고기가 들어가는 국탕 같은 경우는 고기가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고기 따로, 국 따로 만들어서 똑같이 넣도록 했어요.”

-반찬은 누가 만드나요?

“현장에 ‘여사님’들이 60~70명 계세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문 들어온 반찬을 만들어요. 다 그냥 엄마들이에요. 50대가 많고요, 40대도 있으시고요. 저희 회사의 자산이예요. 저희가 이번에 공장을 새로 지어서 이사를 하는데, 근처로 가요. 멀리 가면 이 분들이 못 오시니까요. 딱 그 이유예요.”

-고객 의견이 많이 들어오나요?

“한달에 한번씩 고객들에게 5가지(사이트 이용, 배송, 제품, 소비자 서비스, 정기배송)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요. 한 달에 쌓이는 설문조사 결과가 500개 정도 돼요. 거기에 더해 고객들의 리뷰도 꼼꼼히 살펴봐요. 저희는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무조건 환불조치해요. 그리고 사실 고객들의 요청이 지금의 집반찬연구소를 만들게 해줬어요.”

-어떤 요청들이 있나요?

“프리미엄을 원하는 고객들 입장에선 대체품 찾기가 어렵잖아요. 예전에는 어쩔 수 없이 사먹었는데, 저희가 프리미엄을 표방하니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시는 거죠. 저희가 처음에는 유기농 수입 간장을 썼는데, 고객들이 국내산 써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어요. 기름도 콩기름을 썼었는데, 고객들의 요청으로 현미유로 바꿨고요. 코팅팬 쓰는 것도 불안하다고 하는 고객들이 있어서 저희가 매달 프라이팬 점검하고 3개월마다 무조건 새걸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집반찬연구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차린 한 상/집반찬연구소
박종철 대표의 사장의 맛 잘 보셨나요. 업계 3등을 목표로 시작한 집반찬연구소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오프라인 식당에서 사업을 시작해 온라인 시장에서 쭉쭉 성장하고 있는 박 대표는 다시 오프라인과의 결합을 계획 중입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의 차이, 26일 목요일 기사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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