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탁에" "대리 기사 안 와서"..선거공보물 속 '음주운전 반성문'

이우연 2022. 5. 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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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찮은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친구를 차에 태우다가", "수해복구 도중 막걸리를 마시고 어르신을 댁에 모셔주다가."

6·1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공보물에 적은 자신의 음주운전 전과에 대한 소명이다.

24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을 살펴보니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후보자들이 공보물에 적어놓은 '소명서'는 반성문을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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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 후보 34%가 전과
이 중 다수가 음주운전
소명에 음주운전 이유 적은 후보들
"변명 여지없다"는 후보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편찮은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친구를 차에 태우다가…”, “수해복구 도중 막걸리를 마시고 어르신을 댁에 모셔주다가….”

6·1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공보물에 적은 자신의 음주운전 전과에 대한 소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자료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 등록한 7616명의 후보자 중 36%(2748명)가 전과가 있다. 선관위가 음주운전 이력만 따로 통계로 분류하진 않지만 전과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이다.

24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을 살펴보니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후보자들이 공보물에 적어놓은 ‘소명서’는 반성문을 방불케 했다. 후보자는 공보물에 재산·병역·세금체납·전과 기록 등을 공개하며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그 경위를 소명서를 통해 설명한다.

소명서를 살펴보면 음주운전을 저지른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잘못했다’는 반성의 문구가 많았다. 신대겸 부산 기장군수 후보(무소속)는 음주 측정 거부로 벌금 200만원(2005년)을 받은 것과 관련해 “잘못했다. 당시 대리운전비만 매월 수십만원 정도 지출하며 술을 마시면 반드시 대리운전을 이용했는데 그날따라 대리운전 기사가 너무 늦게 와서 그만 제가 운전을 하게 됐다”고 적었다. 이경술 은평구의원 후보(국민의힘)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2009년)을 낸 것에 대해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라고 했다.

음주운전이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설명하는 후보자도 많았다. 두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100만원(2002·2003년)을 낸 안영헌 전남 광양시의원 후보(더불어민주당)는 “타인으로부터 가족에게 위급한 일이 생겼다며 주차된 차량을 좀 빼달라는 전화를 받고 급한 맘에 차를 약 30m가량 이동시키다”, “밤 11시경 아들이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119에 신고했으나 도착이 늦어지자 직접 차량을 몰고 병원에 이동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윤화섭 경기 안산시장 후보(무소속)는 음주운전 전과(2005년)에 대해 “오랜 고향 친구와 집 근처에서 식사와 반주를 하던 중 저희 아버지께서 편찮으시다는 말에 친구가 아버지를 꼭 한번 뵙고 싶다 해 아버지를 함께 찾아뵙고 친구가 막차를 놓칠 상황에 처하자 미안한 마음에 급히 제 차로 이동 중 얼마 가지 못해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벌금을 납부하게 됐음”이라고 적었다.

지역 정치 활동 도중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하는 후보도 있었다. 박칠성 서울시의원(민주당) 후보는 음주운전 벌금 150만원(2011년)을 받은 것과 관련해 “남구로시장 수해복구 작업 중 오후에 막걸리를 조금 마시고 비가 계속 오고 있음에도 저녁 늦게까지 수해복구 작업에 참여하신 어르신을 댁까지 모셔 주다가 단속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음주를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피력하는 후보들도 있다. 음주운전 2회(2008·2012년)와 ‘사고 후 미조치’(2009년) 등의 전과가 있는 이철재 전남 광양시의원 후보(무소속)는 “지금은 조카에게 신장 기증하고 음주를 하지 않고 있다. 더욱 낮은 자세로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깊이 뉘우치고 있다”, “저의 불찰이다”, “변명의 여지 없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짧게 적은 후보들이 있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소명을 적지 않은 후보도 다수였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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