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5·18 계엄군 3명, 광주 찾아 "진심으로 사죄"

오월어머니 등 유가족 "이제라도 찾아와 줘 고마워"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공수부대원 3명이 5·18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사죄했다.

이 자리에 나온 5월 어머니 10여명은 눈물로 이 사죄를 받아들였다.

24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19~20일 이틀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9층 '오월어머니 트라우마 사진전' 전시장에서 계엄군 3명이 5·18 희생자 유가족 10명을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조사위의 계엄군에 대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사죄 의사를 표한 일부 계엄군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들은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죄송하다"며 "당시 우리가 너무 심했다"고 용서를 구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양심선언과 증언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겠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5·18 첫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씨의 어머니 임근단 씨는 "이제라도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이들을 끌어안기도 했다.

한 유가족은 "우리 유족들은 용서해주고 싶어도 용서할 상대가 없었다"며 "늦었지만 이렇게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도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안다"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을 전했다.

제11공수여단 출신 최모 일병은 "피해자 가족이 용서해 주신 그 마음을 다른 계엄군들에게도 알려 더 많은 제보와 증언이 나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오월어머니 등 유가족들이 계엄군의 사죄와 고백을 받아주고 용서해주시면 더 많은 계엄군이 마음을 열고 증언과 제보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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