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에다 독점하고 갑질까지?" 미움받는 한국 기업 달라질 수 있을까

2022. 5. 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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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대거 동참해 '新기업가정신' 선포
기업 기술·문화로 기후위기, 인구절벽 해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참여한 기업인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쉼 없이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을 통해서 나라를 이롭게 한다)을 위해 달려왔지만 기업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왜 곱지 않을까?”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띄워진 한 영상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 ‘꼰대문화’ ‘시장독점’ ‘기업갑질’이 기업에 대한 시민의 이미지라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회의장에 모인 기업인들은 지금이라도 기업이 시대환경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의는 이 자리에서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을 하고 기업의 기술과 문화, 아이디어 등을 통해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해법으로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위기에 기업도 새로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전 경제계의 동참을 강조했다.

특히 “꼰대의 공통점은 남 얘기 듣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인데 국민은 기업들이 변하라고 하지만 기업은 ‘라떼’만 계속 얘기하고 있어 꼰대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기업이 변해야 한다. 어떻게 변해야 하냐고 하면 쉽지 않기 때문에 대한상의에서 지난 1년 동안 국민, 전문가, 회원 기업들과 끊임없이 이 문제를 갖고 소통했다”고 신기업가정신 선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10분간의 강연을 통해 신기업가정신협의회 ‘ERT(Entrepreneurship Round Table)’도 공식 소개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신기업가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이는 미국의 ‘BRT(Business Round Table) 선언’, 유럽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일본의 ‘기업행동헌장’과 같이 국내에서 지속적인 신기업가정신 실천을 주도하는 기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축사에 나서 “신기업가정신은 우리 경제계가 가 보지 않은 길이지만 혁신적인 길”이라며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소중히 여기며 기업 역할을 사회가치 증진까지 확장하는 신기업가정신이야말로 환경오염, 기후변화의 해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동화 차량 출시 및 수소 모빌리티 확대에 더해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그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바람 역시 매우 커졌다”며 “기업은 경제개발의 선구자로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다시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개별 기업이 혼자 하긴 어렵지만 여럿이 힘을 모아 실천에 옮긴다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고,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도 “오늘 선포식을 통해 세계에서 모범이 되는 신기업가정신이 뿌리내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대한민국의 1호 유니콘 기업으로서 뉴욕증시 상장 이후 전국 각 지방에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도 1위 기업이 됐다. 앞으로도 혁신과 투자를 통해 쿠팡과 함께하는 수십만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신기업가정신이 실현되도록 적극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소비자뿐 아니라 임직원, 투자자, 농민, 어민, 중소상공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 대기업 대표, 이종태 퍼시스 회장, 정기옥 LSC푸드 회장 등 중소․중견기업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유니콘 기업 대표 등 40여명의 CEO가 20~30초간 기업별 실천 의지를 다졌다.

이날 경제계는 신기업가정신 실천기구로서 ERT(신기업가정신협의회)도 출범했다. ERT는 전 경제계가 함께하는 ‘공동 챌린지’, 개별 기업의 역량에 맞춘 ‘개별 챌린지’ 2가지 방식으로 실천과제를 수행한다.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이 행사장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최 회장은 하루 동안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제로 플라스틱 데이’ 등의 공동 챌린지 사례를 소개했다. 또 임직원이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눈치가 없네’, 북유럽식 플로깅(조깅하며 환경을 생각하는)을 벤치마킹한 ‘줍줍’, 다회용 용기로 포장 시 할인해주는 ‘용기내 챌린지’ 등의 과제도 사례로 언급됐다.

기업별로 현대차는 ‘H-온드림’ 프로젝트로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현대중공업은 ‘1% 나눔 사업’을 발표했다. 배달의민족은 외식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배민의 ‘꽃보다 매출’을 알렸고, 마켓컬리는 종이박스 회수 서비스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을 토대로 나무를 심는 ‘샛별 숲 조성’사업을 선보였다.

일회성 실천이 되지 않도록 상의는 기업의 실천 성과도 측정할 계획이다. 상의는 “기업 간 비교가 아니라 기업들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지표로 만들어 반기업정서를 줄이는 매개체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기업선언문 서명을 통해 전체 경제계의 신기업가정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선포식에 앞서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과 배민·토스 등 벤처기업, 미래에셋증권·기업은행 등 금융권, 경총·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까지 총 76명의 기업인이 서명했다.

우태희 상의 상근부회장은 “신기업가정신 선포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문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과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국민도 응원해주고 어떤 성과를 거둬낼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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