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흥행하면 장르? 실패하면 자가 복제?..배우들의 연기를 가르는 시선

류지윤 2022. 5. 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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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장르가 돼 기대감을 부른다면, 장르화"
자가복제는 배우들의 딜레마

배우들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일은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다.'로코퀸', '액션킹' 등이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로 특정 장르에 특화됐다는 말은 다시 말해 자가복제라는 말과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는 '장르가 마동석'라는 평을 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손석구 분)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충무로에서 사랑받는 형사물에 오락성과 스릴, 그리고 권선징악의 통쾌함까지 갖춰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마석도라는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마동석의 공이 컸다.


마석도는 큰 덩치로 위압감을 선사하지만 이 뒤에는 약한 자들을 돕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캐릭터다. 마동석의 주무기가 결합된 캐릭터이기도 하다. 마동석은 그 동안 수년간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과 상대를 압도하는 비주얼을 통해 악으로부터 선을 지키는 듬직한 역을 맡아 '마동석표 액션'을 선보여왔다. 여기에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움까지 갖춰 대중에게 호감을 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동석은 반복되는 이미지 소비를 지적받았다. 마동석은 2016년 '부산행'의 조연으로 등장해 좀비를 때려잡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로 주연 못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2017년 '범죄도시'가 마동석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캐릭터와 이야기 줄거리로 흥행했다. 이후 마동석은 '동네 사람들'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성난 황소' 등에서 정의를 위해 거침 없이 악당들을 제압하는 인물로 분해 꾸준히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동네 사람들',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성난 황소' 등이 흥행에서 부진하자 마동석이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마동석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동네 사람들' 기자간담회 당시 같은 캐릭터로 이미지 소비가 되는 것을 묻는 질문에 대해 "마동석화한 캐릭터를 연기한 지 10년이 넘었다. 조금 다른 영화도 내 캐릭터의 변주다. 공격·수비를 모두 잘하는 배우가 아니다.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연마하고 경험을 쌓아서 좋은 배우가 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우려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 '이터널스', '범죄도시2'가 개봉하자 '한국의 드웨인 존슨', '한국의 MCU' 등이라는 찬사로 탈바꿈 됐다.


이 경계에 있는 건 마동석 뿐 아니다. 조정석, 정우 등도 자신의 특색을 살린 연기를 선보일 때마다 자가복제에 대한 질문을 듣고는 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란 캐릭터로 능청스러우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로 대중 눈에 들기 시작한 조정석은 이후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투깝스' 등에서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전매특허 능청스러움을 기본으로 두거나 곁들였다.


조정석 역시 자신을 향한 자가복제 지적에 대해 "연기가 비슷하다는 건지, 역할이 비슷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연기가 안비슷할 지 고민이다. 확인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하는건가 생각도 든다"라고 솔직하게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조정석을 고민하게 만든 자가복제 우려는 영화 '엑시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흥행의 정점을 찍은 이후 사그러들었다. 전작들에 비해 '엑시트'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특출난 연기를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평소대로 연기를 해왔을 뿐인데 오히려 조정석의 특화된 연기를 칭찬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뜨거운 피'에서 부산의 건달 희수 역을 맡았던 정우도 사투리 억양이 주는 거친 이미지가 반복될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우는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투리나 거친 이미지 연기를 한다고 해도 시나리오가 매력만 있다면 거절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배우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때, 다른 장르에서도 자신만의 특색을 잘 살리면 장르화가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조정석은 영화, 드라마, 뮤지컬 모두 자신의 특장점을 어색하지 않게 잘 살린다. 그런 사람이 장르화가 되는 것 같다. 반면 작품의 성격과 관계없이 자신 만의 특징을 살려 주변과 어우러지지 못할 때 자가복제의 늪에 빠지게 된다"라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의 캐릭터가 하나의 상품이 되거나 티켓 파워를 보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장르화가 된다. 결국 작품은 상업적인 목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장르 그 자체가 돼 사람들이 일정하게 기대할 수 있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자가복제가 아닌 배우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잘 풀린 케이스가 마동석이다"라면서도 "어느 순간 대중이 식상하게 느껴지면 이미지 소비, 자가복제라는 말이 또 나올 수도 있다. 배우들의 답 없는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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