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 동일해도 수법 다르다면 별개 사건"
동일인을 상대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렀더라도 범죄 수법이 달랐다면 하나의 범죄행위로 보는 ‘포괄일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여행대행업체 대표인 A씨는 B씨를 상대로 항공권블록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2015년 4월부터 12월까지 1억2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크루즈 여행사업에 필요한 차용금 명목으로 2016년 5월 B씨로부터 4억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도 별도 기소됐다. 검찰은 범행방법이 다르다며 2개 사건을 따로따로 기소했다. A씨는 각각 진행된 1심에서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한 범죄자가 비슷한 범죄행위를 일정 기간 반복했을 경우 하나의 범죄 행위로 간주하는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두 개의 범죄를 포괄일죄로 묶고 보니 편취액이 5억원 이상에 해당해 형량이 더 무거운 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아도 범죄 수법이 ‘투자금 명목 편취’와 ‘차용금 명목 편취’로 다르기 때문에 두 혐의를 ‘포괄일죄’가 아니라 ‘실체적 경합(한 사람이 저지른 복수의 별개 범죄)’ 관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에서 A씨에게 특경법상 사기죄를 적용한 것 역시 위법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형법상 사기죄로 기소했는데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형이 더 무거운 특경가법상 사기죄로 처단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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