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성폭력 2차 피해방지 지침' 마련.. 故 이예람 중사 사건 1년만

박응진 기자 2022. 5.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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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 정의·상급자 책무 등 담겨.. 20일부터 시행 중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내 빈소. 2022.5.2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방부가 최근 군내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 피해 신고 뒤 2차 가해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만이다.

해당 지침은 '2차 피해'의 정의부터 군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관련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부대장, 상급자, 구성원 등의 책무를 담고 있다. 또 2차 피해 예방교육 실시, 2차 피해자에 대한 상담·지원, 2차 피해 조사 방식 등이 명시됐다.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달 20일부터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시행에 들어갔다. 하루 뒤인 21일은 고 이예람 중사의 1주기였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작년 3월 선임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다른 부대로 전출 갔으나, 이 과정에서 장 중사와 다른 상관들로부터 사건 무마성 회유·압박에 시달려 사건 발생 2개월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작년 12월 1심 재판에서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죄를 인정해 장 중사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했고, 장 중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사건 2차 가해자로 지목된 노모 준위에 대해선 지난달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준위는 이 중사에게 "다른 사람 처벌도 불가피하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다 피해가 간다. 너도 다칠 수 있다" 등의 2차 가해를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중사 사건 등을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에 운영됐던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작년 10월 군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강화' 등 73개 안(案)을 국방부에 권고했고, 국방부는 이를 바탕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꾸려 이번 지침을 마련했다.

충남 계룡대 정문에 붙어 있는 공군본부 등의 현판. 2021.6.4/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이렇게 만들어진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에선 '2차 피해'를 Δ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성희롱 성폭력 사건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 Δ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그 밖에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로 인한 피해(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로 인한 피해 포함) Δ성희롱·성폭력 피해 신고 등을 이유로 입은 불이익조치로 정의했다.

지침에 따라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부대장은 Δ매년 1시간 이상 2차 피해 예방교육 실시 Δ매년 기관 내 2차 피해 예방계획 수립 등을, 상급자는 Δ피해자에게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 고충처리절차 안내 Δ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한 관련 조치 등을 수행해야 한다.

또 국방부 성폭력예방대응담당관실, 각 군 본부 성고충예방대응센터, 성고충전문상담관, 각 부대별 양성평등담당관과 사건 조사자 등은 Δ피해자에 대한 비난·조롱 Δ정당한 이유 없는 가해자 옹호·두둔 등을 하지 못하게 했다.

아울러 각 군 소속 구성원은 Δ가해자와의 합의 종용·강요 Δ피해자에게 책임 전가 Δ피해자·조력자에 대한 악소문 유포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지침에 반영됐다.

이번 지침을 통해 조사부서는 성희롱·성폭력 조사과정 중 발생한 2차 피해를 접수한 경우 성희롱·성폭력과 2차 피해 조사를 병합해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부대장은 사건조사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지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가해자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했다.

군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의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을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듣고, 군 실정에 맞게 용어를 바꾸는 등 작업을 거쳤다"며 "지침을 어겼을 경우의 처벌 기준 등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에 반영하기 위한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 지침의 효력이 만료되는 오는 2024년 5월을 앞두고, 지침 재발효 또는 예규·훈령 반영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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