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빼내고 박스만 재포장해서 반품.. 쿠팡 환불 정책 악용해 수천만원 챙긴 20대女 집유

박스 재포장해서 반품하는 식으로 2700만원 갈취
재판부 "1년 넘게 사기 행각.. 피해 금액 커"
정품 택까지 포장하면 피해 업체도 알 수 없어

서울동부지방법원/윤예원 기자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환불 정책을 악용해 2700만원이 넘는 돈을 갈취한 20대 여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29)씨에게 지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기 금액도 크지 않고 집행유예로 끝난 사건이지만 이 사건은 최씨의 대담한 범행 수법으로 관심을 모았다. 최씨는 쿠팡에서 주문한 물건을 빼돌린 뒤 박스만 다시 포장해서 반품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얼핏 이해하기 힘든 이런 범행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씨는 쿠팡의 경우 택배기사가 반품된 상품을 수거하는 즉시 환불이 이뤄진다는 점과 회사가 검수 과정에서 반품된 상품의 포장을 뜯어 상태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을 악용했다. 예컨대 최씨는 쿠팡으로 아이패드를 주문해서 받은 뒤 반품 신청을 했다. 이후 아이패드는 빼돌리고 아이패드를 담은 박스만 처음 상태 그대로 재포장해서 반품하는 것처럼 내놨다. 배송 기사가 반품 상자를 인수하자마자 물품대금 환불이 이뤄졌고, 최씨는 돈을 돌려받는 동시에 아이패드까지 챙길 수 있었다.

최씨는 처음에는 모의고사 문제집 등 저가의 상품을 범행에 이용했지만 범행 사실이 발각되지 않자 갈수록 대담해져서 나중에는 신형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카메라, 프린터기 등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런 식으로 최씨가 부당하게 챙긴 돈은 2018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약 1년 동안 2700만원에 달한다.

재판부는 “약 1년 가까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계획적인 사기 범행으로서 그 피해 금액이 적지 않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회사에 피해 금액 전액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하여 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와 같이 상품을 완벽하게 재포장해 반품하면 피해 업체는 검수 과정에서 상품을 뜯어 상품 상태를 확인하기 힘들다. 특히 전자기기의 경우 정품 택까지 완벽하게 붙이면 상품 자체의 박스를 여는 순간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을 빼돌리고 안에 같은 무게의 다른 물건을 넣어도 검수 과정에서 알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회사는 없기 때문에 믿고 환불 조치를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쿠팡 환불 정책에 따르면 회원이 반품을 원할 시 쿠팡 사이트에서 반품 신청, 사유를 작성한 후 주거지 앞에 두면 쿠팡 소속 택배 기사가 상품을 수거한다. 상품이 회수되면 환불 금액이 회원의 계좌로 입금된다.

그렇다면 최씨의 범행은 어떻게 발각이 됐을까. 업계에서는 동일한 상품을 주문한 다른 고객이 최씨가 반품처리한 물건 박스를 받고 나서야 최씨의 범행 행각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쿠팡에서 애플의 맥북 프로를 구매한 회원이 상품과 모양, 크기, 무게가 같은 철판을 배송받기도 했다.

결국 쿠팡은 최씨처럼 ‘묻지마 환불’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환불 정책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구매 후 30일 이내에는 환불이 가능하다고 공지됐지만, 지난 3월부터 ‘사용 흔적이 없는 상품’에 대해 구매 30일 이내에는 교환, 반품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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