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출현한 야생 캥거루.. 결국 동물원 보내지나

김태훈 2022. 5. 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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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동부 서벵골주(州)의 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우연히 숲에서 발견한 동물들의 기괴한 형상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충 짐작이 가는 내용이지만 해당 캥거루는 야생동물 밀수업자가 인도 국내에서 고가에 판매할 목적으로 몰래 들여온 것이었다.

인도 환경당국 및 경찰은 밀수업자들이 인도가 원산지가 아닌 이국적인 동물들을 해외에서 사거나 포획한 뒤 미얀마를 통해 인도 국내로 반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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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업자들이 단속 피해 숲에 버리고 달아난 듯
동물단체들 "인도, 외래 동물 보호법 만들어야"
‘왜 인도에서 캥거루가 발견될까’란 제목의 BBC 기사. BBC 홈페이지 캡처
최근 인도 동부 서벵골주(州)의 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우연히 숲에서 발견한 동물들의 기괴한 형상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선가 보긴 봤는데 인도의 숲에 서식하는 동물은 분명히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산림당국 관계자들이 조사해보니 이들은 뜻밖에도 캥거루였다. 호주가 원산지인 캥거루는 오세아니아 바깥의 대륙에선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동물이다. 산림당국도 “인도에 야생 캥거루는 없다”고 확인했다.

영국 BBC 방송은 23일(현지시간) ‘왜 인도에서 캥거루가 발견될까’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대충 짐작이 가는 내용이지만 해당 캥거루는 야생동물 밀수업자가 인도 국내에서 고가에 판매할 목적으로 몰래 들여온 것이었다. 발견된 세 마리는 며칠 동안 굶주려 몹시 쇠약해진 상태였는데 그중 한 마리는 결국 죽었다고 한다. 다른 두 마리는 야생동물이 많은 사파리 공원으로 보내져 수의사의 치료를 받고 있다.

BBC가 취재해보니 마침 서벵골주에선 최근 경찰이 외국산 동물 밀반입 차단을 위한 특별 작전에 돌입한 상태였다. 서벵골주 동물보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BBC에 “경찰이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동물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들을 일일이 점검하자, 이 사실을 눈치챈 밀수업자들이 캥거루를 그냥 버리고 달아난 듯하다”고 밝혔다.

인도 환경당국 및 경찰은 밀수업자들이 인도가 원산지가 아닌 이국적인 동물들을 해외에서 사거나 포획한 뒤 미얀마를 통해 인도 국내로 반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본다. 문제는 밀수 대상인 동물 가운데 멸종위기종도 많다는 점이다. 황금머리사자타마린, 여우원숭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인도의 부호들이 자국에선 볼 수 없는 희귀한 동물을 반려동물처럼 기르는 걸 선호하는 경향에서 비롯했다. 일종의 ‘개인 동물원’을 만들어 운영하는 부자가 적지 않는데 바로 이들의 수요 때문에 밀수가 이뤄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인도의 야생동물보호법은 외래 동물을 보호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 따라서 인도가 원산지가 아닌 동물을 몰래 국내로 들여오는 행위를 단속하더라도 밀수업자 등을 형사처벌할 수는 없다.
인도 산림청 제공
유력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에는 인도의 어느 개인 동물원으로 보내질 예정이던 얼룩말이 방글라데시에서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며 “지금 사람들이 미친짓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국제기구와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이 인도 정부에 외국산 동물 밀반입을 강력히 차단할 것을 주문하지만, 인도 법체계상 당장 이를 금지하기란 쉽지 않다. 기존 법률의 개정 및 새로운 법률 제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인도의 야생에서 발견된 캥거루 세 마리 중 살아남은 두 마리는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돌보는 공원 당국은 각각 ‘알렉스’, ‘자비에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 다만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할 전망이다. 공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동물원에 보내 대중 앞에 전시하는 길밖에 없다”며 “이 경우 결국 남은 일생을 동물원에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는 캥거루의 자연 서식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캥거루들은 야생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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