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불리에 민주·이재명·김동연 '읍소' 전략..文 마케팅도
기사내용 요약
박지현 "염치 없지만 한번만 민주당 기회달라"
김동연도 "회초리 들지언정 포기하진 말기를"
이재명 선거 8일 앞 첫 출근인사…지인 찾기도
'이재명 효과' 기대 이하에 文 카드도 꺼내나
김동연 "이기라고 응원" 이재명 "간접적 표현"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6·1 지방선거에서 벼랑끝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견제론에서 읍소론으로 선거전략을 급선회했다. 지방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자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도 읍소전에 합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불리한 판세에 '이재명 효과'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민주당은 '읍소' 카드를 커내들었다. 야권 지지층을 독려하고 위기감을 자극해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지현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긴급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염치없지만 한 번만 부탁드린다"며 "국민 여러분, 우리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저 김동연이 낮은 곳으로 들어가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낼 씨앗이 되겠다"면서 "우리 민주당에 실망하신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회초리를 들고 꾸짖을지언정 외면하거나 포기하지는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로키(low key)' 모드에 나선 것은 지난 대선 0.7%포인트차 초접전이 무색하게 지방선거 판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전주 대비 0.9%포인트 오른 52.1%, 국민의힘 지지율은 2.0%포인트 오른 50.1%로 나란히 과반을 돌파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38.6%에 그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16~20일 실시)
여기에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본인마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며 비상이 걸렸다.
이에 이 위원장도 선거를 8일 앞둔 이날 아침 계양IC 도로변에 서서 직접 피켓을 들고 처음으로 출근인사에 나서기도 했다. 전날에는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역구인 계양을(계산 1·2·3·4동, 계양 1·2·3동) '연고자 찾기 운동'을 제안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아침 6시 반부터 출근 인사를 지나가는 차량들 상대로 하고 있는데 현장의 반응은 그 ARS 조사 결과와는 많이 다르다"며 "정말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 ARS 조사에서 지고 있던데 그건 포기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작전일 수도 있다"며 "미국에서 10%인가 15% 이하 응답률 여론조사는 발표 못 하게 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여론조사 상 열세에 낙담한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뉴시스에 "이번 기회에 읍소하고 더 우리 자신도 낮은 자세로 갈 것"이라며 "우리의 절박함을 보여주면 지지층도 '이러다 이재명이 가는 것 아니냐, 이러면 민주당이 어떻게 되느냐'고 절박감을 느끼고 투표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열린 제6회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참패가 점쳐졌지만 김무성 당시 부산선대위원장 이하 의원들이 초췌한 기색으로 전국에서 '도와달라'는 피켓을 들고 읍소 캠페인을 벌인 끝에 선방한 바 있다.
나아가 지난 선거 때마다 필승 카드였던 '문재인 마케팅' 재시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문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야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후보는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참석 후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대통령님께서 반드시 이겨라, 힘내라, 응원한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공개할 만한 특별한 애기가 없었다'던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이 먼저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을 권유했다며 "그런 걸로 봐서는 어쨌든 간접적으로 (응원의 마음을) 표현해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은) 지금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 이런 것들을 많이 하시는 그런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민주당도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앞세워 '균형' 표심을 호소하려는 모습이다. 김민석 총괄본부장은 "남아있는 기간은 국정 균형과 역량있는 인물을 찾길 호소한다"면서 권노갑 상임고문 등 원로들과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를 비롯한 장관급 인사들이 나서는 선거운동 일정을 예고했다.
다만 여야가 정면 격돌하는 민감한 시기에 퇴임한지 한달이 채 안 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만큼 측근들은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최측근 윤건영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문 전 대통령께서는 양산으로 내려가셔서 자연인으로서 조용히 보내시겠다고 말씀하셨지 않느냐"며 "아마 정치 일선에 나서시거나 그러는 것은 없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고 일축했다.
기사에 인용한 조사들의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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