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인준·정호영 사퇴' 협치 기운..법사위원장 충돌에 금세 바닥

박기범 기자,김유승 기자 2022. 5. 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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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작년 합의 파기, 野 몰염치"..野 "검찰왕국 견제, 법사위원장뿐" 사수 의지
'과반' 野 강행시 막을 방법 없어..與, 협상 거부로 '野 18개 상임위 독식'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끝나자 본회의가 산회, 퇴장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2022.4.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김유승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로 국회에 불었던 '협치' 바람이 미풍에 그치는 모습이다. 후반기 원(院)구성을 두고 여야 신경전이 격화되면서다.

갈등의 핵심은 국회 '상원'으로 평가받는 법사위원장이다. 지난해 여야 협상에 따라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몫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견제'를 내세워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해 "참으로 답답하다"며 "민주당이 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로 했던 합의사항을 파기·번복하는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한해서는 여야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이,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주당을 직격한 것이다.

허은아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요구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또다시 망가뜨리는 몰염치"라며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독식 주장은 국회 관례를 깨는 것이고 다수당의 일방적인 횡포를 견제할 만한 수단이 완전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반기 원 구성 합의 당사자인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검찰 출신 대통령에, 소통령 법무부 장관에 더해 대통령 주변에도 십상시처럼 검사들이 자리해 이른바 '신검부'가 검찰 쿠데타를 완성한 상태"라며 "대한민국이 제동 없는 검찰 왕국이 될 수 있는데,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법사위원장밖에 없다"고 재협상을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반기 2년과 후반기 2년 원구성은 국회법에 따라 새롭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제가 법적 협상의 주체가 돼 후반기 원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재협상 명분도 내세웠다.

23일 자진 사퇴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뉴스1 DB) 2022.5.23/뉴스1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새 정부 내각 구성 과정에서 나타난 '협치' 분위기도 얼어붙게 만드는 모습이다.

앞서 국회 과반 의석으로 한덕수 후보자 인준 결정권을 갖고 있던 민주당은 '인준안 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며 인준안 가결에 협조했다. 전날에는 민주당이 '부적격자'로 규정한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신경전은 여야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갖고 있어 법안 통과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새 정부 견제를 외치는 민주당과 새 정부 입법 지원이 절실한 국민의힘 양측 모두 법사위원장 사수를 주장하는 이유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선출된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본회의 상정과 표결을 강행한다면 국민의힘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국민의힘은 내심 정 후보자 자진사퇴가 협치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내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수한다면 원 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모든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우리는 정 후보자가 사퇴한 것을 내세워 민주당에 협치를 요구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법사위원장 협상이 막히면 민주당에 18개 상임위를 모두 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21대 국회 출범 당시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요구하면서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을 거절했다. 이에 18개 상임위원장은 민주당이 독식했다. 하지만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이후 여야는 재협상을 통해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협상을 주도했던 박병석 국회의장의 역할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시 협상을 주재한 박 의장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며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 자기 당 출신 국회의장이 중재한 합의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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