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에서 흔들리는 이재명.. 무엇이 발목 잡나
유력 대통령 후보에서 불과 두 달여 만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윤 후보와 접전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천 무연고와 여전히 그를 옥죄고 있는 사법리스크, 민주당의 성추문이 이 후보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 바람의 방향 바뀌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천 계양을은 송영길 전 대표가 내리 5선 의원을 지낸 만큼 대표적인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됐고, 대선 주자였던 이 후보의 무게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최근의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이 후보의 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지난 19~20일 이틀간 인천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3%포인트) 윤 후보의 지지율이 49.5%, 이 후보는 45.8%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내인 3.9%포인트다.
이 여론조사뿐만이 아니다. 22일 기호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0~21일 인천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47.9% 이 후보의 지지율은 47.4%로 나타났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쉬운 (계양을) 선거에 나온 것은 민주당의 전국 선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는 본인 선거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인천에 발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이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을까. 상대편인 윤 후보와 비교해 인천 연고가 없는 점이 이 후보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 계양을과 뚜렷한 연고가 없는 이 후보는 전략 공천을 통해 인천 계양을의 민주당 후보로 입성했다. 이에 반해 상대인 윤 후보는 자신이 대표적인 지역일꾼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후보의 대항마로 나선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을 만류하고, 지역밀착형 인물인 윤 후보를 공천했다.
윤 후보는 인천광역시의사회와 의료사회봉사회 회장직을 맡았고 새누리당 시절부터 계양구을 당협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경력을 쌓았다. 또 윤 후보가 운영했던 내과가 해당 지역구 주민으로부터 인지도가 높은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인천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인지도 측면에서 이 후보가 앞서겠지만 인천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인천 계양을 지역을 위해 뛰는 게 아니라 단지 이번 보궐선거를 정치적 교두보로 삼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 시민들의 생각”이라며 “이런 점이 지지율 하락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이 후보의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경기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이 후보의 무연고를 비판했고,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계양을 찾아 “계양 땅을 밟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자마자 와서 표를 달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미경 최고위원, 김기현 의원은 물론 나경원 전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도 계양을 찾아 윤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연고가 없다고는 해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접전을 벌였던 이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윤 후보와 지지율 박빙을 보인다는 건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대장동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성남 FC를 운영하며 후원금을 받는 대신 기업들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의 뇌물죄 위반 혐의와 관련해서도 수사 선상에 놓였다.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는 지난 2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성남시 정책기획·도시계획·건축·체육진흥·정보통신과 등 5개 부서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당시 제3자 뇌물죄 피의자로 이 후보를 적시했다.
여기에 부인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경기 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이 후보와 김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1일에는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법하게 추진해 성남시에 수천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으며 타 지역 후보들의 유세 지원에 바쁜 점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총괄선대위 위원장을 맡아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충북 청주와 세종시, 대전시, 울산시를 돌며 지원유세에 나섰다. 그는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을 방문해 “우리 사이에 퍼져 있는 이 광범위한 절망감과 분노, 고통, 무기력증을 희망과 열정, 투지와 용기로 바꿔낼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게 하고 함께 손잡고 투표소 가면 이길 수 있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또 21일에는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성남시를 찾아 “이재명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성남이 힘을 모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누차 말씀드리지만 이 분 제정신이 아니다. 분당 버리고 계양으로 나갔으면 계양 이야기하라”고 힐난했다.
최근의 여론조사 만으로 향후 판세를 점치기는 어렵고, 일각에서는 조사 조작설마저 제기하고 있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50.8%, 윤 후보가 40.9%의 지지율을 보였다. 해당 조사는 자동응답전화조사(ARS)를 통해 이뤄졌고, 응답률은 5.9%다.
그럼에도 최근의 흐름을 보면 민주당의 승리와 자신의 당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 후보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우리 후보들이 전체적으로 어려운데 저라고 예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24일에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현장 반응은 ARS 조사결과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며 “응답률이 1∼2%대에 불과하니 정확도가 떨어지고 적극적인 사람만 받는다”면서 승리를 자신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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