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尹 '원칙 있는 통합'에 성패 달렸다

기자 2022. 5. 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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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주 만에 리더십 불안감 불식

美 바이든과 정상외교 성공적

총리 임명동의는 정치적 승리

최소 표차에 따른 타협 불가피

야권도 포함한 탕평 인사 필요

정책은 공익 앞세워 절충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열흘여 만에 국회의 총리 인준과 더불어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국가원수로서 안정적이고 희망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일본으로 떠나면서 윤 대통령에게 ‘진정한 유대’를 형성했고 ‘당신을 신뢰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2박 3일의 방문 주요 일정을 내내 함께 소화해 미 대통령과 단시일에 ‘브로맨스’ 같은 우정을 쌓은 것은 역대 대통령에게선 볼 수 없던 소통의 외교력이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가 취임 10일에 불과하고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윤 대통령에게 ‘바이든 방문은 그의 초기 리더십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듯이, 정치 신인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자못 컸었는데, 이를 일거에 불식시켰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의전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탈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 지도자로서는 드물게 인상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두 지도자 간의 신뢰 구축과 함께 한·미 관계는 전통적 군사안보동맹에서 경제안보동맹으로 확장됐다. 지금까지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외교 패러다임이 미국과의 포괄적 동맹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지경학적 세계 질서 변화에 대비하려면 안보·경제·기술·에너지 등을 포괄하는 동맹이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 전략 차원으로 격상됐다고도 할 수 있다. 단, 과도한 대미 의존이나 불필요한 대중·대러 관계 악화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성공적 외교 무대 데뷔는 국내 정치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에서 예견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끝까지 싸워 국민의 지지를 받기까지에는 강골 검사의 기질 외에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검찰 조직 내에서만큼은, 그리고 가능하다면 국민으로부터도 인정받으려는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소탈하고 정의와 의리가 있었기에 검찰 내에서 ‘형님 리더십’이 통했고, 이것이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우연히 정치에 입문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선거 캠프 내의 불화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은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폭넓은 그릇임을 보여줬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문재인 정부는 이행 불가 판정을 했으나, 과단성 있는 결정으로 제왕적 권위주의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줬다. 궁정정치를 종식하고 국민 속에서 ‘구두 바닥이 닳도록 신나게 일하자’는 윤 대통령의 소박한 의지가 돋보인다. 대통령실 근처 국숫집을 들르는가 하면, 배우자와 깜짝 쇼핑도 하는, 국민과의 파격적인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는다.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보수 여권 인사와 대거 참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함으로써 이념 논쟁의 한 불씨를 제거했다. 대통령의 통합 행보는 당선인으로서 제주 4·3사건 추모식에 참석함으로써 이미 나타났다. 여소야대의 국회 구조에서 정부 구성의 난제에 직면했으나 확신과 신중함으로 야당의 공격을 무디게 했다. 구태의연한 총리 인준 거래 요구를 거절하고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얻어낸 것은 거대 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 발목잡기란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6·1 지방선거에서 대승해 새 정부의 안정성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릴 거라는 예상이 어렵지 않다.

윤 대통령의 취임 직후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낮은 것은 진영 논리로 분열된 정치 때문이다. 지난 3·9 대통령 선거에서, 일반적 예상과 달리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적은 득표 차이로 당선됐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협치(協治)와 통합이 국정 최대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첨예하게 양극화된 정치·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처방은 협치다. 협치를 위해서는 인사는 야당을 포함하는 탕평책(蕩平策), 정책은 공익을 위한 타협, 제도는 합리적 개선과 절충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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