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사퇴에도..'법사위원장'서 꽉 막힌 후반기 원 구성

이슬기 2022. 5. 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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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여야 '법사위 사수' 팽팽한 대립
與 "국회의장단 선출-원 구성 협상 연동" vs 野 "별개 사항"
국기에 경례하는 여야 지도부 (김해=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준석 대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 2022.5.23 [공동취재] imag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박경준 기자 = 후반기 국회 개원을 앞둔 여야가 상임위원회 배분 등 원구성 협상을 놓고 또다시 협치의 시험대에 섰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임명 강행'과 여야의 정면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모두 '법사위원장 절대 사수' 모드인 가운데 6·1 지방선거 전까지 원구성 협상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24일 민주당에서 새로 뽑히는 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의 본회의 표결에 당분간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관례상 원내 1당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장 후보의 본회의 여야 승인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 협상을 연동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엔 새 국회의장이 선출되면 민주당 측이 여야 간 제대로 된 원 구성 협상 없이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임위원회 배분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오는 29일 박병석 국회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민주당이 '입법독주' 프레임을 의식해 6·1 지방선거 전까진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담겼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 구성 협상이 되지 않았는데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과 부의장만 먼저 뽑아놓으면 2년 전처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강제 배정할 수 있다"라며 "민주당의 이런 입법독재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서로 다른 정당이 맡아야 한다. 이것이 협치를 위한 여야의 상호존중"이라며 민주당의 '법사위 포기'를 재차 압박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전날 밤 정호영 후보자의 사퇴가 협치의 물꼬를 텄다고 보고 민주당에 원 구성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야당과 국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정 후보자의 낙마를 사실상 압박해온 만큼, 민주당이 협치로 화답해야 할 차례라는 것이다.

박형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 후보자의 사퇴가 여야 협치를 위한 밀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상생·협치 정치의 시작은 후반기 원 구성 합의 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석 앞에서 대화하는 여야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 시작 전 국회의장석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2.5.20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반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그냥 넘겨줄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여야 합의로 후반기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지만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향후 2년에 대한 원 구성 협상의 법적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며 법사위원장 사수를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정부·여당을 견제하고자 야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 온 만큼 이 같은 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기존의 합의를 번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당내에선 국민의힘이 그간 여야 합의를 뒤집은 사례가 적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이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다가 곧바로 번복했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먼저 여야 합의를 휴짓조각으로 만든 상황에서 1년 전 법사위원장 관련 합의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까지 해준 마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마저 내주면 새 정부 초반부터 여당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지지층에 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측의 '의장단 선출-원 구성 협상 연동' 전략에도 제동을 걸었다.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29일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임기가 끝나고 나면 국회가 일할 수 없으니 여야가 그 전에 의장단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해야 한다"며 "원구성 협상과는 당연히 별개"라고 강조했다.

결국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간 수 싸움으로 다음달 1일 지방선거 전까지 국회의장의 본회의 선출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 경우 입법부 수장 공백이 상당 기간 지속되거나, 민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 선출 표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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