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영화처럼 누렇게 변한 바그다드..이라크 덮친 모래폭풍

건물·공항 폐쇄..한 달 새 모래 폭풍만 9번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사막 지역에서 생긴 모래 폭풍이 이라크를 강타해 건물과 공항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매서운 모래 폭풍이 이라크를 집어삼키며 지난달에는 1명이 숨지고 1만여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서 치료받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는 지난 4월 중순 이후 한 달 새 9번의 모래 폭풍을 맞았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거대한 오렌지빛 먼지구름으로 뒤덮인 상태다. 마치 디스토피아를 그린 공상과학(SF)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세이프 알바드르 이라크 보건부 대변인은 "전국적으로 1000명 이상이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상태"라고 밝혔다.

중동 지역은 점점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모래 폭풍으로 이번 달만 쿠웨이트행 항공편이 두 번이나 결항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상징적인 건축물 킹덤 센터도 모래 폭풍의 여파로 잿빛 안개에 가렸다. 이 지역에서도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

이처럼 모래 폭풍이 점차 거세지자,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는 "보건 및 보안 서비스를 제외한 국영 기관의 모든 작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수도인 바그다드뿐만 아니라 이라크 북부 아르빌과 남부 나자프의 공항도 짙은 먼지 때문에 비행기가 뜰 수 없어 폐쇄됐다.

도시 색을 완전히 바꿔버릴 정도의 황사는 사막 지역인 이라크에서도 이례적이다. 중동 지역은 항상 모래 폭풍의 피해를 입어오긴 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모래 폭풍이 더 잦고, 더 강하게 찾아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점차 상승하는 기온, 물 부족, 과도한 댐 건설과 삼림 벌채 등이 사막화를 심화해 모래 폭풍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라크 환경부는 향후 20년 동안 이라크가 연간 평균 272일의 모래 폭풍을 맞을 것이고, 2050년에는 연간 평균 300일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방풍림 역할을 하는 나무를 심어 모래 폭풍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기후 변화와 사막화에 가장 취약한 세계 5대 국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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