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S리테일 퀵커머스 시장 진출..가맹 편의점 GS25 일감 뺏나
보고서 "편의점 포함 시 수익 악화..슈퍼 거점 삼아야"
하루 500건 이상 주문 때 겨우 손익분기점 맞출 수준
GS25 가맹점주 "골목상권 침해·가맹계약 위반" 반발
“지에스(GS)리테일 가맹점 지에스25가 이미 퀵커머스(즉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본력으로 무장한 모회사가 동일한 시장에 진출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경쟁업체와 싸우는 것도 지치는 판국에 본사 때문에 피해를 보게 생겼네요. 골목상권 침해는 물론 가맹점 계약 위반이 아닌지 따지고 싶습니다.”(지에스25 가맹점주)
지에스리테일이 요기요와 함께 ‘요마트’를 통해 퀵커머스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하자, 편의점 지에스25 가맹점주를 비롯한 편의점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에스리테일이 외부에 의뢰해 받은 컨설팅 보고서에서도 ‘요마트 사업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조차 버거운 것’으로 드러나 “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는 골목상권 침해이자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지에스리테일 통합 물류 시너지 전략 수립’ 보고서를 보면, 지에스는 전국 350여개 슈퍼마켓(직영 160개) ‘지에스더프레시’를 거점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20일 나온 이 보고서는 2019년 시장에 진출한 배달의민족 퀵커머스 서비스 ‘비(B)마트’와 같은 방식으로 전용 도심형 물류센터(MFC,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를 운영하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기존 슈퍼마켓을 물류거점으로 삼아 서비스를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지에스리테일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17일 배달앱 요기요와 함께 지에스더프레시를 거점으로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즉석식품, 잡화 등 1만여개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1시간 이내에 즉시 배송해주는 ‘요마트’ 출시를 선언했다. 지에스리테일 쪽은 “서울 노원과 충남 천안 서북지역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 내에 350여개의 매장과 전용 엠에프시를 추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마트가 슈퍼마켓을 거점으로 삼는 만큼, 동일 상품군을 판매하는 편의점 지에스25 매장 쪽에서는 근거리 쇼핑 수요를 경쟁사가 아닌 본사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현재 1만5천여개 지에스25 매장 중 약 5천여개가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행 중이지만, 지에스더프레시에 견줘 상품 수도 적을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 또한 크게 떨어진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대표적인 배달 품목 중 하나인 제주삼다수 500㎖ 가격이 지에스더프레시에서는 580원이지만, 지에스25에서는 950원에 팔리고 있다. 지에스25는 배송을 위한 라이더 확보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 보고서 역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슈퍼 장보기 중심은 기존 점포차량(다마스)과 라이더 혼합 배송이 가능하나, 일부 편의점을 포함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하므로 슈퍼만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가 손익 측면에서 효율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 지에스25 가맹점주를 비롯한 편의점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보면, 지에스25의 최근 점당 연평균 매출액은 2018년 6억7205만원에서 2019년 6억6523만원, 2020년 6억2352만원으로 계속 하락 중이고 감소 폭도 업계에서 가장 크다”며 “배달앱에서 직매입을 해 식품 및 생필품을 소량씩 배송하는 퀵커머스 사업은 편의점은 물론 동네슈퍼를 비롯한 골목상권을 엄청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도 “편의점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한 배달앱 퀵커머스를 지에스편의점 가맹사업을 하는 지에스리테일이 직접 운영하는 것은 가맹본부가 가맹점 매출에 타격을 주는 매우 기형적인 사례”라며 “전편협 차원에서 오는 26일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실에서 주최한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유통시장의 변화와 상생의 과제’ 포럼에서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엠에프시 기반 비마트가 경쟁 소매점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를 보면, 편의점의 주당 매출액은 비마트 입점 후 약 8.4% 감소했으며, 기업형 슈퍼마켓 매출 역시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에스 자체 컨설팅 보고서를 봐도 요마트의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보고서의 엠에프시 모델별 손익 분석을 보면, 전용 엠에프시 운영 시 하루 1337건의 주문이 들어올 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만, 마케팅 비용(13%)을 반영하면 하루 주문 건수가 3천건이 돼도 손익이 마이너스 7%에 이르러 개선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대안으로 제시한 슈퍼마켓 거점 엠에프시 운영 시에도 하루 500건 이상 주문이 이뤄져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에 도달한다.
퀵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에스가 요기요 합병비용과 슈퍼마켓의 사업부진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퀵커머스를 들고나온 것 같은데, 너무 낙관적 전망에 기댄 것 같다”며 “비마트도 지난해 주문 건수가 1천만건(하루 평균 700건 수준)에 달했지만 500억 정도 적자를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배송 수요가 정점을 찍은 후 일상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어 퀵커머스 시장은 정체·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동주 의원은 “지에스리테일의 요마트는 편의점인 지에스25의 살을 깎아먹는 ‘자기잠식 상황’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비마트·요마트 형태의 퀵커머스는 현재 온라인상거래업종으로만 분류된 관리 사각지대인 만큼, 앞으로 유통 소매점으로 등록해 상권영향평가라도 받도록 하는 최소한의 문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에스리테일 쪽은 “편의점은 오프라인 기반 매장이고, 요마트는 온라인 기반이라 출발 자체가 다를 뿐 아니라 상품 구매 고객층 역시 서로 다르게 타켓팅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요마트 앱 내에 지에스25 가맹점주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 또한 준비 중”이라며 “요마트의 경쟁 상대는 편의점이 아니라 쿠팡, 컬리, 비마트 같은 온라인 퀵커머스 업체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보고서는 지에스리테일의 물류 전략 수립을 위한 여러 보고서 중 하나일 뿐”이라며 “요기요의 기존 사용 고객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은 분석치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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