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박지현 "민주당 내로남불 오명 벗겠다..기회 달라"
"다른 의견 '내부총질' 비난 세력에 굴복 안돼"
"최강욱 성희롱 발언..금주 소명 절차 거쳐야"
"586 용퇴론 등 기득권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을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며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민주당의 잘못을 반성하며 지지 호소에 나선 것이다. 그는 “요즘 전국을 돌며 유세현장을 다니고 있다. 시민들의 격려도 많았지만 민주당이 왜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도 많았다”며 “정말 면목이 없다. 정말 많이 잘못했다”고 말한 뒤 10초가량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청년 정치인 육성·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청년 정치인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다.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다”며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다.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딘 차별금지법(평등법) 입법 상황과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시위 등을 언급하며 “약속을 했으면 지키겠다. 국민 앞에 솔직한 정치를 하겠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벌어진 ‘내부총질’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고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그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기자회견 뒤 질의응답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민주당 윤리심판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의 징계절차가 지방선거 뒤로 미뤄진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최 의원이 (허위 인턴증명서) 2심 재판으로 인해 소명 절차를 연기한 것으로 제보를 받았다”며 “금주 중으로 소명 절차 거쳐야 한다고 지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선 패배 뒤 ‘586 세대’ 등 당내 주류 세력의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지점에 대해서 오늘내일 중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금주 중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586세대 용퇴와 우리 당이 젊은 민주당으로 나아가는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지금 기득권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민주당이 반성과 쇄신 보여드릴 수 있을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요즘 전국을 돌며 유세 현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격려도 많았지만 "민주당이 왜 처절하게 반성하지 않느냐"는 질책도 많았습니다. "왜 반성해야 하는 사람들이 다 나오냐"고 아픈 소리도 들었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많이 잘못했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습니다. 염치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저를, 저 박지현을, 믿어주십시오. 여러분께서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습니다. 반성하고 바꾸라는 국민의 명령, 충실하게 이행하겠습니다. 자리에만 목숨 거는 정치를 버리고, 국민과 상식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첫째,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 청년에게 무엇을 해주는 당이 아니라 청년이 권한을 가지고 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지방의원·당직자·보좌진·원외지역위원장·대학생위원회·청년위원회를 대상으로 청년 정치인 육성·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당 밖에서도 지속적으로 유능한 청년 정치인을 발굴하겠습니다.
둘째,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겠습니다. 온정주의와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대의를 핑계로 잘못한 동료 정치인을 감싸지 않겠습니다. 민주당의 진짜 대의는 성범죄 피해자를 지키고, 기회를 빼앗긴 청년에게 다시 그 기회를 돌려주고, 성실하게 살아온 서민을 앞장서서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셋째,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평등법을 만들겠다는 약속, 15년째 지키지 않았습니다. 평등법 제정을 위한 활동가들의 단식이 40일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해 연일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약속을 했으면 지키겠습니다. 국민 앞에 솔직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넷째,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습니다.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 우리 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 바꾸겠습니다.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다섯째,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윗세대에게 민주주의 가치를 물려받았습니다. 선배들이 그러하셨듯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줘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 대응, 민주당은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연금 개혁과 같은 다음 세대를 위한 당면과제 역시 더 이상 늦추지 않겠습니다.
더불어 우리 당을 사랑하는 모든 분께 말씀드립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킨 정당입니다. 이 전통을 이어가겠습니다.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됩니다.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되어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그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아무리 힘들고 외로워도 상식과 국민을 믿고 꿋꿋하게 전진하겠습니다. 저 박지현이 더 깊은 민주주의, 더 넓은 평등을 위해,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 나아가겠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이 되겠습니다.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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