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함께한 인기 대출도서는?
2020년 이후 2년여 전국 도서관 데이터 분석
최다 대출은 '아몬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대출횟수, 2020년 저점 이후 되레 늘어 '눈길'
세대 따라 위로·양식 도서 크게 다르기도
전국 공공도서관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초유의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해제된 지 2년을 맞았다. 당시 대부분의 도서관에선 두달 안팎 대출까지 중단됐고, 이는 시민들이 도서관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던 지난 2년여 시민들이 가장 많이 공공도서관에서 대출해 ‘동반’했던 서적은 손원평 작가의 장편소설 <아몬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모두 6만253회 대출됐고, 전국 단위로 다달이 인기 대출도서 5위 안에 들었다. 사실 2017년 출간된 <아몬드>는 그해 대출 190위, 2018년 9위, 2019년 11위에 머물렀으나, 격리의 시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소위 ‘아른(아이+어른) 소설’로 재호출된 모양새다.
이는 전국 공공·작은도서관 1300여곳(전체 도서관의 82.2%)의 대출 내역을 수집하는 ‘도서관 정보나루’를 통해 <한겨레>가 2020년 1월~2022년 5월20일치 데이터를 23일 분석한 결과로, 이 기간 시민들에게 양식과 위로가 됐을 법한 책들과 독서 양태를 보여준다. 각 지방 공공도서관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2020년 2월 말 휴관에 돌입하고, 대부분 5월 중후반 재개관했다. 전국 도서관이 ‘일제 폐쇄’하고 대출도 중단한 전대미문의 시기로, 서울도서관도 사전준비할 겨를이 없어 2020년 2월25일 휴관 뒤 석달째인 5월부터나 비대면 대출이 가능했다. 가령 울산도서관은 5월5일까지, 경기중앙교육도서관은 4월7일까지 대출이 금지됐다.
그럼에도 도서대출은 2020년 저점을 지나 재택 적응 효과 등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00권의 경우, 2017년 726만4225회 대출에서 2018년 789만4802회, 2019년 817만886회, 2021년 955만4461회로 크게 늘었고, 2022년 5월20일까지의 대출횟수(397만2468회)도 지난해 동기간(364만2721회)을 크게 앞섰다. 코로나 직격탄에 위축됐던 2020년(590만583회, 전년의 72%)과 크게 대비된다.
두번째로 시민들이 찾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자락에 깐 추리소설로 지난 2년여 5만3095회 시민들이 찾았다. 10위권 내 어린이 장르인 <추리 천재 엉덩이 탐정>(트롤 지음),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히로시마 레이코) 시리즈물이 휩쓸었고, 이미예 작가의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4위(5만652회)를 기록했다.
대출 결과에서 세대별 확연히 다른 기호와 30·40대의 ‘코로나 육아 독박’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20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소설, 1만2539회), <지구에서 한아뿐>(정세랑 장편소설, 9971회), <아몬드>(9908회), 30대는 그림책 <수박 수영장>(안녕달, 1만2454회), 육아실용서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오은영, 1만2155회), <달러구트 꿈 백화점>(1만958회), 40대는 <아몬드>(2만344회)와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2권, 50대는 산문집 <여행의 이유>(김영하, 5967회), <천년의 질문> 1권(조정래 장편소설, 5452회),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유발 하라리, 5043회), 60대는 <천년의 질문> 1~3권을 차례로 5000회 안팎 대출했다.
<흔한 남매> 시리즈 등 어린이 장르 외 30위권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4만4378회, 20위), <시선으로부터>(정세랑, 4만1324회, 25위), <여행의 이유>(3만9708회, 29위)가 함께했다. 50위 내 인문사회 서적으로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3만6772회, 41위),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3만5995회, 43위)가 포함됐다. 1000권 내 시집은 단 하나였다.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1만5495회, 561위)였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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