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사료값 인상에 '금겹살'된 삼겹살.. 상인들은 가격 더 오를까 '노심초사'
원가 인상 반영하면 손님 잃을까봐 식당들도 전전긍긍
최근 가파르게 오른 돼지고기 가격으로 정육점과 고깃집 등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인해 상승한 사료 가격이 돼지고기 도매가에 반영될 예정이라 최소한 여름철까지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평균 삼겹살 소비자가는 2871원으로 지난달 가격 2504원에 비해 367원(14.7%)이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 2월과 비교하면 21% 상승했다.
거리두기 해제로 돼지고기 수요가 증가한 것이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지난 2개월 동안 돼지고기 가격이 오른 것은 수요 급등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돼지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 출하할 때 중간 도매상들이 경매가를 조금 높여 부르는 성향이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가뜩이나 각종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마진이 줄었는데 돼지고기 가격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만난 업자들도 치솟는 삼겹살 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개월 동안 돼지고기 도매가가 30%가량 치솟은 데다 인건비까지 올라 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육점 사장 박모(61)씨는 “지난 3월에만 해도 삼겹살의 도매가가 킬로그램(㎏)당 4400원 정도였는데 이달은 6700원까지 올랐다”며 “고기를 들여올 때 비용과 인건비가 동시에 상승해 남는 게 없지만 직원들 월급은 줘야하니 벌어둔 돈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육업자들은 돼지고기 특성상 삼겹살, 목살을 비롯한 인기 부위만 잘 판매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돼지고기를 주로 판매하는 정육업자 이모씨는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구이용이 인기가 많아 더 많이 판매되고 도매 가격 상승폭도 더 크다”며 “뒷다리나 등심 같은 다른 부위는 도매 가격 상승이 크지 않은 대신 잘 팔리지가 않아 돼지 한 마리를 작업해 판매하더라도 손해가 더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육업자들에게 고기를 사들여 식육식당을 운영하는 업자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마장동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모(69)씨는 3년 넘게 유지해오던 삼겹살 200g당 가격 1만3000원을 1만5000원으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도매가가 비싸지더라도 단골 손님을 위해 가격 변동을 하지 않았는데 점점 커지는 손해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이씨는 “삼겹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오히려 단골들이 가격을 올리라고 설득했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른 가격으로 인해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여름철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돼지고기 도매가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원재재 값 인상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향후 돼지고기 수요가 줄어도 원자재 값 인상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지금 사용하는 사료는 3개월 전에 사온 것이라 가격 인상분이 반영이 안 된 상태”라며 “당장 6~7월 쯤 가격이 인상된 사료가 들어오게 되면 가격을 낮출 수 없게 돼 돼지고기는 안 팔리고 사료 가격만 오르는 이중고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운 여름철에는 구워 먹는 삼겹 등 돼지고기 수요가 줄어드는데, 사료값 인상 등으로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농가에서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돼지를 도살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축산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료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원자재 값 상승으로 사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옥수수, 밀, 대두를 비롯한 원자재 곡물 값이 오른 데다 해상 운임비도 증가해 사료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4162.69포인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32.5포인트에 비해 730.19포인트(21.3%) 증가했다. 주요 곡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의 세계곡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밀, 옥수수, 대두의 1톤 당 가격은 각각 420달러, 313달러, 612달러로 우크라이나 사태 본격화 전인 지난 2월보다 적게는 5%에서 최고 42%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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