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기회 주신다면".. 고개숙인 민주, 또 선거 앞두고 사과·읍소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율이 폭락하는 등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눈물까지 글썽인 대국민 사과를 통한 읍소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이 전국단위 또는 주요 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올해 3월 대통령선거에 이어 세번째다. 근본적인 쇄신 없이 매번 땜질식 사과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책임을 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다”며 “팬덤이 아닌 대중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 여성 유권자,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에 대해 “맹목적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사과의 수위가 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박 위원장의 대국민 호소를 두고도 민주당 내에서는 “사과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김용민 의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사과는 지난 12일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에 대해 사과한지 12일만에 나온 것이다.
민주당이 전국단위 또는 주요 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사과나 읍소를 한 것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올해 3월 대선에 이어 세번째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주요 선거 때마다 ‘사과 풍년’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사건이 원인을 제공한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주를 이뤘다. 민주당은 당시 박 전 시장 피해자가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을 ‘피해 호소인’이라 지칭한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중앙선대위 명의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사과문을 내놓았다.
올해 3월 대선을 앞두고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정(失政)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와 송영길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이 전 후보는 여러 연설과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라고 했고, ‘문재인 정권 후계자가 맞냐’는 질문에 “후계자가 아니고 새로운 이재명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 이 후보가 큰절을 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다. 송영길 전 대표 역시 취임 후 이른바 ‘조국 사태’와 민주당 내 반복된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 사과한 바 있고, 선거 막판에는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머리에 붕대를 감고 ‘미워도 한번 더’를 외치기도 했다.
다음달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도 민주당 내에서는 ‘대국민 사과’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거듭된 사과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의 5월 3주차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29%를 기록해 작년 11월 3주차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이 많이 힘들다”며 위기감을 호소할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보궐선거와 대선 패배 이후 근본적인 쇄신이나 혁신 없이 ‘땜질식 사과’로 일관하다 지지율 폭락을 자초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때 논의가 활발했지만 나서는 의원이 없어 지금은 조용해진 이른바 ‘86그룹 용퇴론’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거듭된 사과를 놓고 당내 강성, 개혁 성향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선거 후 당내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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