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소부장·요소수 이어 밀 수출금지까지..리스크 마다 휘청이는 韓 경제
'외교·안보 문제→경제 직접 영향' 빈도 잦아져
중간재 수입 30% 가량 중국에 의존하는데
IPEF 참여로 대중 리스크 또다시 돌출할 우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대외 리스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반복해 입고 있다. 이미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유류 가격은 물론 이로 인한 기업 생산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엔 세계 밀 생산량 2위국인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이미 급등세를 탄 물가를 더 자극할 전망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받고, 일본의 반도체 핵심생산 소재 등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부문이 큰 타격을 입었으며, 최근엔 요소수 사태까지 터졌지만 결과적으로 리스크 마다 별다른 대책없이 당하고 허겁지겁 대책을 세우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엔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가 공식화되면서 중국 리스크가 또 다시 돌출할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은 IPEF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중간재 수입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4월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6.2% 급등했다. 앞으로는 더 오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출·수입에 지속적인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밀가루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방압력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가 우리나라의 주요 밀 수입 국가는 아니지만, 인도의 수출 금지로 세계 곡물가격이 상승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밀 가격은 톤당 441.1달러로 지난주(431.55달러)보다 2.2% 또다시 올랐다.
직전에는 식용유 대란에 휩싸였다.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수급 불안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4월 식용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2.0% 급등한 상태였다. 여기에 대외 리스크가 겹치면서 물가 상승폭을 키우면서 한때 일부 매장에서 식용유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근 몇년 사이 대외 리스크가 직접적 경제위기로 전이되는 일은 계속 거듭됐다. 직전에는 중국에서 일어난 요소수 수급 차질이 우리나라 요소수 대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본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소부장 수급에도 차질이 일어난 바 있고, 그 전엔 사드 사태로 대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전방위적 경제보복을 당했다. 외교·안보 문제가 경제에 직접적 악영향을 준 것이다.
대외 리스크가 돌출했을 때마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해법을 만드는 모양새를 거듭하고 있다. 소부장 대책도 2019년 일본 수출규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나왔고, 요소수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IPEF 참여를 공식화했다. 중국 견제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IPEF는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내놓은 ‘맞불’ 성격이 짙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당장 반발했다.
때문에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위기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도록 공급망의 다변화 및 중층화와 함께 보다 정교한 위기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원과 식량 무기화의 파장이 한국을 향하지 않도록 대외 투자와 교역 및 외교관계를 보다 강화하고, 국내 대체 생산기반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날 발표한 '우리나라 중간재 대외의존도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간재 수입 비중과 중국의존도 모두 주요 7개 국가(G7)와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자,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형국이다. 우리나라 수입에서 생산 활동에 필요한 중간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50.2%이며,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 의존도 28.3%에 달한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의존도는 감소(21.0%→12.8%)한 반면, 중국 의존도는 19.4%에서 늘어났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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