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담긴 4대강 수자원, 지방정부 역할을 묻는다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교수]
환경은 또 실종됐다.
6.1지방선거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후·환경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늘 그렇듯 지방을 살리겠다는 개발 공약만 넘쳐난다.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사라졌다. 그러나 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지방정부는 기후·환경 정책의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후위기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을 제시한다. 17개 광역 및 기초지역의 환경정책의제를 수집한 결과를 소개한다. <프레시안>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유권자들의 지방선거 후보 선택 기준을 제공하고자 지역 주민들의 열망이 담긴 지방선거 기후·환경 의제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수자원(水資源)은 인간의 생명유지와 활동을 위한 자원으로서의 물을 지칭한다. 흔히 풍부한 양(量) 확보에 초점이 맞추어지곤 한다. 하지만 '수량'보다 '수질'이 오히려 수자원 확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확보된 수자원의 수질이 쓸모없는 정도로 나쁘다면 그것은 자원으로서의 효용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목표 중 하나는 수자원 확보다. 4대강 본류에 거대한 보를 쌓아 올리고 하천 바닥을 깊게 파서 수자원을 확보하려 하였다(사실 재퇴적으로 확보된 그 양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저수(貯水)된 물이 여름철에 녹조로 오염되어 자원으로서 효용성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매년 목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녹조 물로 키운 농작물(쌀, 무, 배추 등)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이 검출되었다는 실증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녹조 독은 일종의 발암물질로 간, 폐, 신경 등에 영향을 주며, 심지어 생식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물 확보해도 수질 나쁘면 수자원으로서 의미 없어
4대강 보를 개방하여 녹조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정부 당국은 '보를 개방하면 농업용수 공급이 어렵다'는 논리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다. 하지만 그렇게 보로 막아 공급된 농업용수가 결국 독성 있는 농작물을 만들어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으니, 더 이상 농업용수로 활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투성이의 4대강이 복원되지 못하고, 재자연화 과정이 더디어진 것은 지난 정부의 탓이 크다. 박근혜정부가 조기 퇴진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설 때만 해도 4대강을 다시 생명의 강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컸다.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4대강 재자연화를 약속하였다. 실제로 '4대강조사평가단'을 구성하여 망가진 강의 복원 방안과 4대강 사업의 대표 적폐인 '보'에 대한 처리방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2019년 2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한 처리방안이 발표되고 2021년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이행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낙동강과 한강에 대한 보 처리와 재자연화 방안은 문재인정부가 끝날 때까지 마련되지 못했다. 핑계는 여러 가지다. "낙동강과 한강은 금강과 영산강처럼 보를 개방해 보지 못해 녹조가 사라질지 그 효과를 알 수 없다", "보를 개방하게 되면 취수(양수)에 지장이 생긴다" 등이다.
4대강 주민건강 우려, 지방정부가 나서야
낙동강의 보를 열면 녹조가 사라질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정부당국만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금강의 보를 열어서 연례행사와 같던 녹조가 지금은 다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강의 보 개방 이후 녹조가 95% 감소하고, 생물 서식처가 다양화되어 멸종위기종이 다시 찾는 강이 되었다고 홍보하였다. 금강과 낙동강은 일정 구간 분수계(分水界)를 공유할 만큼 가까운 강인데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는가? 금강의 사례만으로 충분하다. 낙동강의 보를 열면 녹조는 사라진다. 금강보다 두 배 더 깊이 파헤쳐진 낙동강은 보 개방의 효과도 두 배 더 클 것이다.
보를 개방하면 취(양)수가 어렵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당초 4대강 사업계획에는 비상시 보를 열어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취(양)수에 문제가 없게끔 시설들을 만들었어야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은 기관들이 책임지고 앞장서 시설을 개선해야 할 판에 오히려 예산 탓하며 시간만 보내는 모습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여기에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의 4대강 정책은 기대보다는 큰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대선 과정에서 4대강 재자연화에 역행하는 주장과 보를 지키겠다는 공언까지 하지 않았던가? 중앙정부가 보 개방에 의지가 없다면 지방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이다. 지역 주민의 건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4대강 유역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지금이다.
[백경오 한경국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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