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규제하면 포털뉴스 좋아질까
"언론사와 포털 자율 규제로 투명성 강화 필요"
법으로 포털 뉴스를 규제하면 언론을 개혁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171명 전원이 공동 발의한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언론 개혁을 외치며 당론으로 채택한 이 법안엔 포털의 자체 편집 제한, 기사 아웃링크 의무화, 언론사 입점 심사 금지 조항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포털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언론계는 언론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리는 법안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포털 뉴스 규제를 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내용과 쟁점’ 토론회는 법안을 둘러싼 언론계의 우려와 더 나은 대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민주당의 문제의식은 포털 뉴스 알고리즘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데 초점이 맞춰있다. 개정법률안에도 “포털은 기사 배열을 알고리즘이 행하는 것으로 정치적 의도나 편향성이 없다고 하나 실제로는 알고리즘에 의한 기사 추천이 특정 언론에 편중되고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
언론‧미디어법 전문가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민주당의 인식과 망법 개정안 조항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의 문제의식이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인지, 이 입법안이 그러한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입법 취지와 달리 지금까지 포털이 제공해온 인터넷 뉴스는 정치권의 정파적 공세로부터 책임지지 않으려는 포털과 그 사이에서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언론사들의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모습이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개정안이 규정한 ‘아웃링크 의무화’가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을 부추긴다고 우려했다. 네이버가 2009년 도입했던 뉴스캐스트와 2013년 뉴스스탠드 모두 기사를 언론사 사이트로 바로 연결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적용했지만, 낚시성 기사 범람, 선정적이고 과도한 광고, 트래픽 경쟁 등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 법률안은 과거 아웃링크의 역작용과 현재 더 상업화된 인터넷 언론 환경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며 “이용자들의 편익을 저해하고 언론 생태계를 위협하는 비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법안에 명시된 기술적 조치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형성돼야 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차단해 영업방해로 해석될 수 있으며 △언론사들이 저널리즘적 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포털과 공동의 자율규제‧감독을 강화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선 언론학계, 현업단체, 시민사회 인사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 대다수는 포털 뉴스의 알고리즘보단 민주당이 개정안을 발의한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언론 개혁이 명분인 이 법안으로 뉴스 이용자들이 얻는 편익은 크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뉴스 알고리즘은 언론사의 디지털 역량과 이용자들의 습관이 결합해 작용한다. 지금 보고 있는 결과를 단순히 기술적 원인으로 돌려 알고리즘을 규제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언론사들은 포털에 의존하면서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을 미뤄왔다. 급작스럽게 아웃링크로 전환하면 언론사별 인프라에 따른 위계가 지금보다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포털이나 언론에 대한 적대화, 정치적 의미의 편향과 불공정 시비에 기반한 규제는 이렇듯 정당성이 부족한 설익은 법안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뉴스 서비스 규제는 곧 언론시장과 민주사회의 공론장에 대한 개입이다. 언론 생태계와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더욱 신중히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정치적 규제보단 언론사와 포털의 자율적인 규제 강화가 인터넷 뉴스 시장의 문제를 해소하고, 저널리즘 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봤다. 하나의 방안으로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의 설명책임 제도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포털 스스로 뉴스 편집 결과 등을 공개적으로 설명해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데이터 접근성 향상 등) 포털의 투명성 강화는 외부의 지속적인 감시하에 자율규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이자 언론의 사회적 신뢰를 찾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언론 관련 제도는 법률 개입보단 사회의 여러 기능이 자율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해악을 미치는 광고형 기사처럼 자율규제로 해결할 수 없는 분야는 선을 그어 법적 규제를 검토해야 하는데, 민주당 법률안은 그런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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