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피팥 잔뜩 묻혀 우아한 단맛과 쫄깃함.. 하나 하나 돌절구에 찧어 만든 '귀한 맛'

기자 2022. 5. 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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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들어내는 창조물 중 가장 가까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명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초적이면서도 기호성이 높은 식문화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현대화가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습니다.

2005년 처음 문을 연 도수향은 하나하나 사람의 손을 빌려 돌절구에 찧어 완성되는 극강의 아날로그가 만들어 내는 귀한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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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식 인절미-봄쑥버전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이북식 인절미

사람이 만들어내는 창조물 중 가장 가까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명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초적이면서도 기호성이 높은 식문화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기계가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현대화가 자연스레 진행되고 있습니다. 빠르고 쉬운 유통의 과정이 더해지며 가격이 더욱 낮아지기를 바라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누려왔던, 그러나 이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손의 정성’을 갈구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일본 교토(京都)로 출장이 잦았던 시절, 자주 방문하던 작은 떡집이 있었습니다. 콩이 박힌 찹쌀떡으로 알려진 마메 다이후쿠를 전문으로 하는 유명한 가게입니다. 지긋한 연세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길쭉한 모양의 찹쌀떡 집인데 100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맛과 기술을 인정받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변화로 인해 후대를 이을 기술자가 나타나지 않는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하게 됩니다. 그들만의 기술과 문화도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입맛은 참으로 요망합니다. 좋은 것을 맛본 후에는 입맛의 기준이 그쪽으로 훅 뛰어오르게 되지요.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처럼 더 맛있고 좋은 음식을 맛보기 위한 열망이 피어납니다. 양에 대한 욕심보다 질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제게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맛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어머니께 챙겨드리는 ‘도수향’의 이북식 인절미가 바로 그것입니다.

2005년 처음 문을 연 도수향은 하나하나 사람의 손을 빌려 돌절구에 찧어 완성되는 극강의 아날로그가 만들어 내는 귀한 맛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북의 맛, 평양냉면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거피팥을 잔뜩 묻힌 이북식 인절미 또한 입안 가득 우아한 단맛과 쫄깃함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새 많은 카피 브랜드가 생겨난 시장이 됐지만 원조의 맛과 퀄리티를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도수향입니다.

원래 이북식 인절미는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 건네듯 숭덩숭덩 잘라 팥고물을 대충 묻혀주는 호방한 스타일입니다. 도수향의 기획자이자 주인이신 어머니가 고물을 흘리는 것이 싫어서 한번 손으로 움켜쥐듯 잡아 올린 것이 지금 도수향의 시그니처 비주얼인 손가락 자국의 시작입니다.

도수향은 작은 가족사업으로 운영됩니다. 각각 개성과 신의주를 고향으로 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부모님이 2005년 두 자식을 유학 보낸 후 빈 둥지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다 사업에 손을 댄 게 도수향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은 두 자녀가 돌아와 재무제표와 홍보를 맡아 가업을 돕고 손맛 좋은 어머니는 기획을, 제품의 품질 관리는 아버지가 맡고 있습니다.

도수향의 5월에는 이 시기에만 잠시 선보이는 쑥인절미가 등장합니다. 쑥떡의 색감이나 풍미를 위해서 상상 이상으로 많은 쑥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고운 거피팥을 사용하는 기존의 이북식 인절미와 다르게 쑥의 색감 그리고 고급스럽게 어우러지는 맛 때문에 일부러 녹두를 사용합니다.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61길 21-4 / 02-540-2939. 매주 일요일 휴무, 08:30∼18:00.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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