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 선거 흔든 '교수 폭행'..당사자는 왜 숨어있을까[6·1 지방선거]

박용근 기자 2022. 5. 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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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의혹 당사자로 알려진 이 모교수가 쓴 사실 확인서. 서거석후보 선대위 제공

전북교육감 선거가 ‘교수폭행 의혹’으로 난타전이 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지난 2013년 전주 만성회관에서 서거석 후보가 후배인 이모 교수를 폭행했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피해자였다는 이 교수는 통화녹취에서 “(서총장이)교수들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으로 이마를 내려 찍었다”고 털어놨다. 의혹 당사자인 서 후보의 입장은 정반대다. 본인이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회식 참석교수의 증언도 나왔다. 특히 “2회에 걸쳐 폭행당했다”고 털어놨던 이 교수가 돌연 “사실무근”이라는 사실확인서를 서 후보 측에 써 줘 공개됐다. 결국 서 후보가 이 교수를 폭행했는지 여부는 수사결과로 판단하게 됐으나, 양측 후보 어느 쪽이든 상처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 쟁점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피해자를 자처했던 이모 교수다. 그는 지난 2019년 전북대 부총장(대외협력)을 역임했고, 현재 생명공학부 교수로 현직에 있다. 국립대 부총장까지 지낸 그가 교육감 선거판을 흔들고 있는 격이다. 그런데도 그는 정확한 실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현 교육감 선거가 진흙탕으로 치닫는 것은 그의 표리부동(表裏不同)이 빚은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이 교수는 경향신문이 지난 20일 통화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하기 전, 사실 재확인을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보도 이후에도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고 24일에도 여전히 통화두절 상태였다. 녹취록를 제보한 측은 “(이교수가)자신이 말한 내용은 알려져도 되지만 본인이 나서서 인터뷰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그런 이 교수가 이번에는 ‘언론보도는 사실 무근’이라는 확인서를 서 후보 측에 써 줬다. 자신이 폭행당했다고 털어놨던 것을 뒤집은 것이다. 이후 서 후보 측과 천 후보 측의 공방은 더욱 날이 서 있다.

이강원 교수 페이스북 캡쳐.

이런 와중에도 그는 전면에 나서 진실이 무엇인지 말 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교육감 선거라는 무대뒤에서 자신의 어떤 행보가 유리한 것인지 따지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실제 차기 전북대 총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천호성 후보 측은 23일 성명을 통해 “피해자가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서 후보 측의 회유와 모종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면서 “피해자가 전북대 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에도 충분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교수폭행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해 온 이강원 교수(현 서울대 지리학과)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교수의)사실확인서는 2013년 당시 폭력행위가 없었다는 확인서가 아니라, ‘교수들 앞에서 폭행당했다’는 부분을 정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언론에 보도된 다른 내용은 제가 2013년부터 몇년간 반복적으로 들어온 증언과 일치한다”고 썼다.

그는 “2013년 회식 당시 참석 교수들은 폭행장면을 본 적이 없었다. 따라서 이교수가 쓴 확인서의 본의는 ‘그날의 폭행은 있었다. 그러나 내가 후배와의 통화에서 교수들이 보는 앞에서라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라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여러 근거로 봐서 만성회관에서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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