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김환희의 '배우론'[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5. 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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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환희와 이순재. 사진제공|(주)디스테이션


‘대배우’ 이순재와 아역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운 김환희가 뭉쳤다. 영화 ‘안녕하세요’(감독 차봉주)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다. 두 사람 사이 67살 차이가 무색할 정도의 ‘앙상블’을 이룬다.

“환희는 사실 손녀뻘이죠. 그럼에도 호흡엔 전혀 지장이 없었어요. 나도 오래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상대의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는데, 환희는 제가 걱정할 것 없이 연기를 제대로 해내니까요. 기복이 많고 감정선이 복잡한 역인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극복해내더라고요.”(이순재)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던 이순재 선생님이라 처음 만날 때부터 엄청 긴장했어요. 하루 종일 함께 촬영하는 날이 있었는데, 이순재 선생님이 감독에게 ‘환희 참 잘하네’라고 칭찬해서 집 가는 내내 울었던 기억도 나요. 하하. 초반에 캐릭터를 분석할 때 혼동이 있었는데, 이 선생님 덕분에 잘 잡아나갈 수 있었어요.”

김환희와 이순재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함께한 공동인터뷰에서 ‘안녕하세요’를 향한 애정부터 ‘배우’ 그리고 ‘연기’에 대한 서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배우 이순재.


■이순재 “선배로서 권위의식 없어야”

1956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로 데뷔한 이순재는 60년 넘는 시간을 ‘연기’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백발이 성성해도 그를 찾는 곳이 많은 이유는, 그의 가치관에서 엿볼 수 있었다.

“난 나이가 많아도 권위의식을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더러 ‘나 힘드니까 나 먼저 촬영해줘’라고 하는 선배 배우들도 있는데, 그럼 안 되는 거죠. 같은 값이면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해야하는 건데, 젊은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없도록 딱 버티고 앉아서 호통치기만 하면 분위기를 죽이는 거라고. 그거 알죠? 원래 더 격려해주면 안 보이던 재능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윗사람일수록 더 좋은 분위기를 선도해야한다는 게 내 지론이요.”

그는 배우로서 자세를 설명하면서 일례로 ‘김명민’의 태도를 칭찬했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를 촬영할 때 김명민과 처음 만났는데, 그 친구 ‘스탠바이’만 하면 바로 딱 카메라 앞에 나와 서 있어요. 연기의 자세가 된 거지. 그 작품 이후 ‘김명민 매니아’가 되었어요. 경험을 통해 보면 연기는 끝이 없고 완성도 없거든.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하는 의욕이 있어야 해. 그게 우리 배우들의 생명력이고요. 김명민도 그런 면에서 참 자세가 된 배우예요.”

이뿐만 아니라 평소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음주운전 혐의로 비난을 받은 김새론을 간접 언급하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배우는 분명 공인은 아니에요. 하지만 공인의 영향력을 끼치는 위치죠. 그래서 음주운전 같은 건 절대 하면 안 되는 거야. 항상 자기 절제를 하고, 나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생각하고 있어야 해요. 겸손해야 하고, 주위에 늘 감사하는 마음도 잃지 말아야 하고요.”

배우 김환희.


■김환희 “스무살 된 뒤 배우로서 힘든 순간이 오기도”

2008년 SBS ‘불한당’으로 데뷔한 김환희는 영화 ‘곡성’으로 단박에 이름을 알렸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인생캐릭터를 만났지만, 이건 또 하나의 족쇄가 되기도 했다.

“스무살이 된 뒤 고민도 많아지고 체력적으로도 지쳐서 배우로서 힘든 순간이 오기도 했어요. ‘곡성’으로 너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 캐릭터를 뛰어넘을 연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죠. 그런 독특한 캐릭터는 자주 들어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평범한 연기로도 좋은 감정을 전달해주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남들이 볼 땐 평범한 연기라도 ‘어떻게 깊게 그려낼까.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작품을 선택하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이순재, 유선 등 ‘베테랑 배우 선배’들과 함께한 현장은 그야말로 ‘학교’와 같았다.

“배움의 장이었다고나 할까요? 선배들이 많은 현장이라 긴장도 됐지만, 선배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고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어줘서 큰 에너지를 받았어요.”

유선이 김환희를 두고 ‘FM 스타일’ 배우라고 칭찬한 것을 두곤 쑥쓰러워했다.

“너무 좋게만 얘기해준 것 같아요. 그저 전 촬영 들어가기 전날 대본 훑고 연습하고, 촬영 당일 또 보는 것뿐이거든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촬영한 건데, 유선 선배가 그걸 좋게 보고 칭찬해준 것 같아요. 저도 1인분은 하고 싶었거든요. 하하. 함께하는 선배들이 너무 멋져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노력했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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