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왜 '조물딱' 거려서"..국회서 비판 집중된 예타제도 [법안 스트리밍]

노경목 2022. 5.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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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예타제도 한목소리 비판
"기재부가 지나치게 큰 재량권 행사"
전현직 기재부 2차관, 공수 갈려 맞붙기도
윤석열 정부서도 개편 과정 주목
사진=연합뉴스


개별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예산을 집행하는 토목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해당 사업의 경제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미리 검증해 예산 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예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에서 꼭 필요한 사업이 예타의 벽에 막혀 좌절되거나, 경제성이 미달되는 사업이 기재부 실무자들의 손을 거치는 과정에서 예타를 통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타제도 개편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중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이뤄진 국가재정법 개정안 논의를 통해 관련 쟁점을 살펴봤다.

"이러니 기재부 공화국" 불만

논의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예타 제도 개선 법률안이 소위에 상정되며 시작됐다. 해당 법률안의 핵심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4차 국가철도망만 봐도 다 수도권이고, 경제성을 넣으면 지역 예산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예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지나치게 재량권을 행사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에 안도걸 당시 기재부 2차관이 여기에 반박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안 차관은 정권 교체 이후 실시된 차관 인사로 최근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 전 차관의 말이다.

"기재부는 어디까지나 총괄 관리부서다. 실제 타당성 심사는 KDI(한국개발연구원)이나 조세재정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모아 진행한다. 전체적으로 균형 감각을 갖고 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가고 있다. 2019년 4월 제도 개선으로 지역균형발전 요소가 높아졌다. 이를 통해 과거라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을 지역 사업 9건이 통과했다."

여기에 대한 반박은 고위 공무원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안 전 차관보다 일찍 기재부 2차관을 역임했던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안 전 차관의 말은) 잘못됐다. 기재부가 예타를 하는게 맞다."고 잘라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 교통정책실장 등을 역임한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의 지나친 권력 행사를 비판했다. 해당 내용에는 공무원 시절의 경험이 묻어난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올린 사업 중 상당수가 예타를 통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A부처에서 10개를 예타로 올리고 싶어하면 그 중 5개만 하도록 기재부의 실무 국·과장들이 조정해 빼지 않나.

각 부처에서 예타를 받고 싶은 사업도 기재부가 안해 주고 중간에 잘라버린다. 기재부는 예산권을 갖고 있으니 그것으로 제어하면 되는데도 예타라는 수단까지 갖고 있다.

철도 하나 놓더라도 기재부가 다섯 번 정도는 통제한다. 이러니 '기재부 공화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류성걸 "예타 통과하도록 기재부 '조물딱'거려"

여기에 대해 안 전 차관은 "기재부는 개별 부처가 제출한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도록 돕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로 답했다. 수요 부처에서 정밀하게 계획을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타안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 기재부가 예타를 충족시키도록 손을 봐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 과정에 밝은 류 의원이 비판하고 나섰다. "정상적으로 평가해 떨어질 사업을 기재부가 조물딱거려 '모양'을 만들어준다"는 비판이다. '조물딱거리다'는 '만지작거리다'의 방언이다. 류 의원의 말이다.

"예타로 사업 모양을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진짜 잘못된 것이다. 예타의 본질을 처음부터 잘못 이해하고 있다. 사업성이 미달하는 방식을 신청방식에 따라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한다는 것 아닌가. 조물딱거려서 편익은 늘리고, 비용은 줄이고. 사업은 쪼개고 줄이고 해서. 왜 예타를 기재부가 조물딱거려서 모양을 만들어주나. 신청 받아서 안되면 안된다고 해야지."

 예타 제도 손보는 윤 정부

두 의원의 지적에 안 전 차관은 "실무에 워낙 밝으신 분이 질문하셔서"라며 말 끝을 흐렸다. '부처 및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KDI에 위탁을 하는 관리자 역할만 수행한다'는 설명 이상의 개입을 기재부가 예타 제도 전반에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논란이 많은 예타 제도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정비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 실제로는 대통령의 재량으로 가능한 예타 면제의 폭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예타 면제 사업의 전체 규모가 106조원에 이르렀던 것에 대한 반성이다. 해당 규모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전체를 합한 것보다 많다.

대신 규모가 작은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를 줄인다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예타 대상 사업 기준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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