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파괴적인 강박을 가로지르는 매혹적인 로잉 '더 노비스'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2. 5.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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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더 노비스'(감독 로런 해더웨이)
외화 '더 노비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스포츠는 온전히 자신만의 싸움인 동시에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 요소와의 투쟁이기도 하다. 노를 저어 물의 저항을 가르며 속도를 겨루는 조정처럼 신체와 내면의 저항을 넘어 자신의 욕망을 거머쥐려는 주인공에 관한 파괴적이고 매혹적인 보고서, 바로 '더 노비스'다.

대학 신입생 알렉스(이사벨 퍼만)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후 동급생 제이미(에이미 포사이스)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한다.

대학 시절 조정 선수로 활동했던 로런 해더웨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더 노비스'는 정적인 듯 동적인 조정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욕망과 강박이 가진 파괴성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일종의 '체험'이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알렉스의 내면을 다루지만 강박의 근원을 뚜렷하게 찾아 나가기보다 인물의 현재 심리 즉 '강박'에 초점을 맞췄다.

조정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주인공의 모습, 근육과 땀방울을 느릿하게 클로즈업하는 장면들은 촉각을 통해 다가온다. 특히 감독이 사운드 에디터 출신이라 층층이 쌓인 사운드디자인을 통해 청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다. 감독은 이처럼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해 감각적이고 체험적인 방식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외화 '더 노비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알렉스는 자신이 못하는 일, 힘든 일에 도전해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좋아하는 것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이 가장 약한 부분을 탐색하고, 일부러 그것을 선택해 강박적일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 영혼까지 갉아먹으면서까지 '1등'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야말로 어찌 보면 알렉스의 생존 방식이다. 이러한 열망은 욕망이 되고, 욕망의 과정은 강박으로 발전해 자신을 정신적·육체적 시험에 놓이게 한다.

알렉스의 도전 과정은 육체와 정신을 극한의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방식인데, 이로 인한 불안과 초조는 손톱을 물어뜯는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자기 신체에 대한 자해 등 가혹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가장 못하는 물리학을 선택한 알렉스가 또 다른 과업으로 삼은 건 '조정'이다. 스포츠라는 게 정신적·육체적으로도 한계를 향해 밀어붙이는 분야인데다 자신의 욕망까지 더해지며 알렉스는 점차 파괴적으로 자신을 혹사한다.

공부는 혼자 이뤄낼 수 있지만, 그가 최고가 되고자 하는 조정은 팀 경기다. 이는 알렉스가 내적 상황뿐 아니라 외부적 상황에 영향을 받게 되고, 이러한 조정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알렉스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더욱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임을 예고한다. 알렉스는 통제할 수 없고, 쉽게 이룰 수 없는 데서 오는 모든 스트레스와 부안을 자기 육체에 고스란히 새겨 넣는다. 한계에 내몰린 알렉스의 내면은 스스로에게 깊고 많은 상처를 남긴다.

여타 스포츠나 경쟁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인공이 주변에 위협을 가하는 것과 달리 알렉스의 투쟁과 그로 인한 상처는 모두 자신을 향한다. 이 모든 것은 내면 투쟁의 상처다. 알렉스는 그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그것이 비록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며 파괴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만을 괴롭히며 나아가고자 한다.

외화 '더 노비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팀의 화합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알렉스는 팀에서도 도태된다. 그리고 그런 알렉스를 향해 그가 대통령 장학생이란 이유로 절실하지 않다고 말하거나, 타고난 재력이나 운이 없는데 무모하게 도전한다는 식의 멸시 어린 시선이나 비난도 쏟아진다. 때때로 알렉스를 향한 비난을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더 파괴적이고 폭력적으로 다가올 정도로 알렉스의 정신 나간 듯 보이는 욕망은 소름 끼칠 정도로 순수해서 두려우면서도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최고'라는 결과에 도달한 누군가는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알렉스보다 강도는 약할지라도 자기희생적인 고통의 과정을 거쳐 왔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날것 그대로의 열정, 더 나아가 강박이 된 알렉스의 욕망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알렉스가 심리적·육체적으로 자기를 자해할 정도로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한 심리는 조정부 상징 까마귀와 '게한테 먹힌다'(노가 손에서 빠진다)의 '크랩(게)'의 몽타주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에 주인공의 강박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알렉스가 사랑에 빠진 순간, 그리고 욕망에서 시작한 조정에서 홀로 1인용 배를 타다 자신도 모르게 조정에 빠져든 순간 역시 존재한다. 대니(딜런)와 사랑에 빠진 순간의 빛처럼, 평화롭게 홀로 조정을 타며 노를 젓는 알렉스가 존재하는 장면에서는 어둑하고 눅진한 다른 상황의 화면과 달리 코니 프랜시스의 '알 디 라(Al Di La)'가 흐르며 햇빛이 찬란하게 비춘다.

대부분이 어두운 영화의 톤과 세계 속에서 음악, 특히 브렌다 리와 코니 프랜시스의 목소리는 마치 정신적으로 지쳐가는 주인공을 위한 감독의 간접적인 위로이자 응원처럼 날카로운 정신세계를 알렉스 모르게 어루만진다. 기록을 향한 맹목적인 도전으로 깨닫지 못했지만 알렉스가 어느새 조정을 사랑하게 됐음을 알려주는 것도 음악이다. 이는 알렉스의 세계에 강박적인 욕망뿐 아니라 순수한 애정에서 비롯된 욕망도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알려준다.

외화 '더 노비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천둥 번개까지 치며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목숨을 내던진 1인 경주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뤄낸 알렉스는 조정부를 벗어나 어딘가 개운한 듯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알렉스에게 그만둘 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난 후다. 숨 막히는 과정이 스크린 안에서는 끝났지만, 영화의 엔딩은 파괴적인 사이클을 지닌 알렉스의 자기 증명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우리는 그저 알렉스가 어둡고 비틀린 세계에서 벗어나 잠시 잠깐 보였던 평화로운 순간과 그때의 만족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길 바랄 뿐이다.

보기 두려울 정도로 어둡고 파괴적인 상황, 한계 너머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알렉스의 자학적인 노력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건 알렉스를 연기한 이사벨 퍼만의 힘이다. 여기에 목표 지점까지 오직 한 곳만을 응시하며 나아간 알렉스처럼 감독 역시 알렉스의 현재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끝까지 나아간다. 이를 감각적이고 인상적으로 그려낸 감독의 다음 영화 또한 기다려진다.

97분 상영, 5월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더 노비스' 2차 포스터.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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