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불교 세계화의 거점 깨달음의 성지에 꽃 피우다

2022. 5.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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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부다가야에 문 연 한국사찰 분황사
대웅전 중심 도서관·보건소 갖춘 도량
불교의 성지 '마하보디 사원'과 300m
세계 불자·관광객들 발길 이어지는 요지
부산의 두 불자가 50억 희사하며 건립
2019년 첫 삽.. 코로나 등 어려움 끝 결실
세계 순례자들의 수행처로 안착 기대
불교 4대 성지인 인도 부다가야 지역에 건립된 분황사. 준공식 전날인 20일 조계종 스님과 불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복장의식 및 점안법회’가 열리고 있다. 조계종 제공
석가모니(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성도(成道)인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 부다가야(보드가야).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이곳에 분황사(芬皇寺)가 우리나라 전통양식을 지닌 첫 사찰로 세워졌다. 석가모니 가르침이 전해진 다른 나라 사찰이 수백 개 지어진 부다가야에 들어선 한국 불교의 자존심이자 우리나라 불교 세계화를 위한 전초기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21일 인도 분황사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준공식을 열고 첫 한국 전통사찰 공식 개소를 축하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종단 스님과 불자, 장재복 주인도 한국대사, 세계불교도연맹(IBC) 사무총장 담마비야 반데 스님, 인도 연방 및 비하르주 정부 관계자, 현지 수행 승려, 지역 주민 등 500명가량이 참석해 낙성의 기쁨을 나눴다.

경남 양산 통도사가 기증한 약 6600㎡(2000평) 부지 위에 한국 전통양식으로 지어진 분황사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전 세계 수행·순례자를 위한 수행관, 숙소와 도서관으로 구성된다. 식당이 있는 다목적 건물, 지역민 등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소도 갖추게 된다. 
분황사 건립 자금으로 50억원을 기부한 설매보살(왼쪽), 연취보살
세계 불교 근원에 우리나라 사찰이 지어진 계기는 2019년 12월 부산에 거주하는 두 여성 불자 설매(76)·연취(70) 보살의 발원이었다. 두 보살이 50억원을 종단에 희사하면서 건립이 본격 추진됐다. 40년 지기로 친자매와 같은 두 보살은 이날 “지구상 모든 사람이 물들지 않은 흰 연꽃처럼 됐으면 좋겠고,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이 흰 연꽃으로 피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찰 이름을 ‘분황사’로 해 달라고 했다”며 “한국 불교도 스님과 불자(신도) 모두가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실천하고 일상에서 모범을 보여야 중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던 2020년 하반기에 첫 삽을 뜬 분황사 건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분황사 공사를 총감독한 도편수 박철수(67) 장인은 “다시 지으라고 하면 못 짓는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다. 당시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고 분황사 공사 현장에서도 인부 25명이 한꺼번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현지에 왔던 한국 기술진이 철수하기도 했다.

공사장 기온은 40∼50도에 달하고, 우기인 6∼8월에는 습한 기후가 밀려와 보통 목재로는 사찰을 지을 수 없었다. 이에 목재 대신 습한 기후에 잘 견디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썼다. 분황사 부지와 주변은 비가 오면 물이 차오르는 곳이라 터 공사도 새롭게 해야 했다. 현지 사정상 중장비를 동원하기도 쉽지 않아 인부들이 대야에 콘크리트를 담아 나르며 작업하기 일쑤였다. 다행히 분황사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도, 공사 중 안전사고에 따른 사상자도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분황사는 순례객들에겐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췄다. 이 절은 석가모니의 성도지로 알려진 마하보디 사원과 직선거리로 300m 정도다. 마하보디 사원 안에는 석가모니가 완전한 깨달음을 위해 선정에 들어간 장소인 보리수 나무와 석가모니 행적을 기념하는 50여m 높이 마하보디 대탑이 있다. 이 때문에 마하보디 사원은 전 세계 불자는 물론, 순례자와 관광객으로 성황을 이룬다. 분황사 측은 마하보디 사원으로 직접 통하는 길을 마련하고자 사찰 주변 주택과 토지 매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리 작업이 끝나면 순례객들은 마하보디 사원을 참배한 뒤 300m를 걸어 분황사에서 참배하거나 머물며 수행할 수도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원행스님은 치사에서 “분황은 푼다리카, 최고의 연꽃인 백련을 의미하는데, 처염상정(處染常淨)의 표상인 하얀 연꽃이 이곳 부다가야에 만개했다”고 크게 반겼다. 이어 “분황사는 순례자를 위한 안식처이며, 수행자를 위한 더없는 아란야(阿蘭若·수행처)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국 불교가 세계와 함께하는 전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사를 한 장재복 주인도 대사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인도는 역사적으로 불교를 통해 깊은 인연을 맺은 만큼 양국 관계가 불교 역사와 문화를 통해 더 발전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며 “특히 한국과 인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내년에 더 많은 양국 교류가 예상되는데 우리 불교와 불교 신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분황사 공사를 총괄한 현지 법인 물라상가 대표 붓다팔라 스님은 인도 현지에 처음 들어선 한국 전통사찰의 목표로 세 가지를 꼽았다. 먼저 한국에서 오는 수행자와 순례자의 장단기 체류를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분황사 주변으로 중국, 태국, 미얀마 등 세계 각국의 사찰 220곳 정도가 있는 데 반해 한국 전통사찰은 한 곳도 없다 보니 한국인이 부다가야 참배를 와도 머물 공간이 없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또 분황사를 통해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한편 인도 내 불교 수행지도자를 양성하며 인도 불교 복원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조계종과 분황사 측은 이날 준공식에 이어 보건소 착공식도 봉행했다. 보건소 운영에 나서는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은 “보건소 건립은 부처님이 경전에서 말씀하신 큰 공덕을 쌓는 일”이라며 “6000 비구니(여성 승려)들이 생애 한 번은 이곳에 머물며 봉사를 펼치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다가야=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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