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미얀마서 고전.. 호텔·식량 울상에 가스전도 고민

박정엽 기자 2022. 5.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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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후 현지 자산 280억원대 손상
'가스는 군부 돈줄' 비난에 쉐브론 등 철수

한·미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정에 대한 규탄 수위를 높이면서 미얀마 현지 사업 비중이 높은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의 사업 여건이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얀마 현지 정세는 쿠데타 후 내전 수준으로 악화된 상태다.

24일 상사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992년 봉제·합판 사업 분야 진출로 시작해 30년간 에너지·식량·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주시보 현 대표는 2011년 이후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이끌었고, 그 공로로 대표까지 맡게 됐다.

아웅산 수치 지지자들이 지난 2021년 4월 8일 미얀마 양곤 카마윳 타운에서 군부 쿠테타 이후 축출된 아웅산 수치의 포스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정상은 지난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현 미얀마 상황에 대해 “양 정상은 미얀마의 쿠데타와 민간인들에 대한 미얀마 군의 잔인한 공격을 단호하게 규탄한다”며 미얀마 군정을 압박했다. 지난해 5월 나온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없던 ‘쿠데타’라는 표현이 들어가고, ‘민간인에 대한 잔인한 공격’이라는 표현이 추가되면서 규탄 수위가 높아졌다. 국제사회의 정책 여건이 더 악화된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현지 사업용 자산의 장부가치는 지난해 280억원 감소한 상황이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해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발생한 정치경제적 혼란의 후폭풍이다. 미얀마 군정 당국은 지난 4월 민간이 보유한 외환을 의무적으로 현지화폐로 환전하라고 지시했다가 반발이 일자 외국계 기업 등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하겠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식량 사업 관련 자산은 휴지 조각이 되기 일보직전이다. 사업을 담당하는 미얀마 내 자회사(포스코인터내셔널 지분 60%) 골든레이스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장부가치는 68억원에서 8억원으로 감소했다.

미얀마 뚱데(Twante) 수로변에 위치한 포스코인터내셔널 미곡종합처리장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9년 미곡종합처리장 2공장을 준공해 10만톤 규모의 곡물조달체계를 갖추고, 향후 10대 식량종합사업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1년 밖에 안된 공장의 자산가치 대부분이 사라진 셈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당 시설을 우크라이나의 곡물수출터미널, 인도네시아 팜오일농장과 함께 회사의 식량 사업 관련 3대축으로 꼽아왔다.

호텔롯데와 2017년 9월 미얀마 양곤에 개점한 5성급 ‘롯데호텔 양곤’ 역시 애물단지가 됐다. 이 호텔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호텔롯데가 각각 75%, 25%씩 출자한 포스코인터내셔널글로벌디벨롭먼트(PIGD)이 담당하고 있는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에 쿠데타와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줄곧 적자를 내고 있다. 개점 시점에 비해 2020년 관광객은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포스코는 2020년 증자를 통해 440억원을 추가 투입했지만, 호텔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920만달러를 기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텔 사업에 1억8000만달러의 빚 보증을 하고 있는데, 자칫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정이 코로나로 봉쇄한 관광객 입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등 주요 국가가 정세 불안정을 이유로 여전히 미얀마를 여행금지국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단기간에 호텔 사업 전망이 개선될 여지는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1년 사업보고서에서 호텔 사업의 장부가치를 362억원에서 185억원으로 낮춰잡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캐시카우로 예상되던 가스전 사업도 복병을 만났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말 실적발표에서 미얀마의 쉐·쉐퓨 가스전에서 생산이 본격화되는 올해 2분기부터 투자비 회수가 본격화되고, 영업이익을 견인할 것으로 설명했다. 이밖의 다른 사업지구도 2024년 가동을 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포스코인터내셔널

그러나 지난 1월 이후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하고 있던 글로벌 에너지 회사인 토탈·쉐브론 등이 현지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스 사업이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원이라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미얀마를 떠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가스전 사업을 하고 있는 미얀마국영석유가스공사(MOGE)는 지난 2월부터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 됐다. 이미 수조원대 투자를 집행해 가스전 사업에 깊숙하게 발을 들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쿠데타가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아직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얀마의 불안한 정세 속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가스전 사업은 가스값 급등으로 견고한 실적 상승이 예상되고, 호텔은 안전지대로 인식돼 전년에 첫 영업흑자를 기록한 만큼 미얀마 사업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 에너지, 트레이딩 등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었고 올 한해 무난한 영업목표 달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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