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차량 들이받고 후보에게 치킨 뼈 그릇 던지고.. 선거방해 범죄 처벌은?
"고의성·방해 정도에 따라 형량 달라져"
특정 후보 벽보·현수막 훼손 이어져
지난 20일 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치킨 뼈가 담긴 철제그릇을 던진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선거 유세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릇을 던진 이 남성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혐의는 인정하지만, 억울하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이 남성이 그릇을 던진 행위는 선거 후보자의 집회·연설 등을 방해한 경우에 해당된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여드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선거운동 방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거리에서 유세 중인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부터 단순 선거 벽보·현수막 훼손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과거 선거에서는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은 일반 시민이 후보를 상대로 선거를 방해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조선비즈는 일반 유권자들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게 될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살펴봤다.
◇ 차량 돌진에 선거운동원 폭행까지… 선거 방해, 괜찮을까?
지난 22일 오후 3시쯤 거리에서 유세 중이던 장세용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장 후보 캠프 소속 선거운동원이 50대 남성 3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거운동원은 장 후보 연설 중 남성 3명이 욕설과 고성을 내뱉으며 유세를 방해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자 유세장 뒷편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이 남성들은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선거운동원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19일 선거운동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유세 중인 노형동갑 김채규 국민의힘 도의원 후보 유세차량에 50대 남성이 차량을 이끌고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경적을 울리며 유세차량으로 돌진한 뒤, 차에서 내려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은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각각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자 범행을 저질렀다.
선거 유세 중 후보자와 선거운동원을 물리적으로 폭행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것은 집회·연설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 이같은 행위를 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의 사례는 철제그릇을 던진 것이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이 후보에게 그릇을 던졌지만, 맞지 않았고 선처도 바라고 있어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8년 5월 제주도지사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계란을 투척하고 뺨을 때린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남성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항소가 기각돼 형량이 유지됐다.
벽보·현수막 등 후보자 선전물을 훼손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 19일 20대 남성이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현수막만 골라 훼손해 경찰에 입건됐다. 다음 날인 20일 부산 동래구에선 민주당 소속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벽보·현수막을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 고의성 없으면 처벌 어려워… 초범은 벌금형·집행유예 가능성 높아
선거방해 혐의의 경우 고의성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판단된다. 고의 없이 의도치 않게 선거를 방해하거나 정당한 절차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선거방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운전 중 실수로 선거 유세차량과 충돌하거나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의 경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지난 20일 인천에서는 5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계양구 계산사거리에 서 있던 선거 유세 화물차를 추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저지른 남성은 음주운전 혐의로만 입건됐다. 선거 유세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선거방해 혐의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고의성”이라면서 “선거 유세가 소란스러워 정당한 절차에 의해 민원을 넣을 수 있지만, 폭력과 같은 의도성을 가진 행위는 선거 방해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방해는 건강한 국민 여론 형성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판단하는데, 후보자에게 직접 위협을 가한 경우는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방해 혐의와 관련해 초범 여부도 형량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적인 방해가 아닌 개인적이고 우발적으로 일어난 선거방해도 처벌시 참작된다. 하 변호사는 “선거 방해는 초범이면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조직적으로 디도스(DDoS) 공격을 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집행유예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선거방해에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선거 유세 중 소음 문제와 벽보·현수막 훼손 등을 개선하고 선거를 원활히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시 가장 많은 민원을 차지하는 소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후보자들의 확성 장치의 음량을 사전에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벽보·현수막 훼손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 사례가 많아 계속 보완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의도적으로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할 경우 선거법에 따라 조사해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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