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너무 비싸졌어요" 배달 앱에 싸늘해진 민심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격하게 치솟은 ‘단건 배달’ 수수료 때문이다. 쿠팡이츠와 배민원(1) 등이 배달원 한 명이 한 건의 주문만 처리하도록 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주문한 음식을 더 빠르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쿠팡·우아한형제들과 같은 앱 운영사들이 단건 배달 수수료 부과 방식을 변경하면서 A 씨의 걱정도 시작됐다. 그는 “기존에 ‘정액제(건당 1000원)’였던 단건 배달 수수료가 ‘정률제’로 바뀌면서 이제는 음식 값에 따라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4만원짜리 음식을 팔면 현재 약 4000원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과거 대비 수수료 부담이 4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높아진 수수료는 고스란히 음식 값에 반영되는 추세다. 실제로 A 씨 또한 수수료율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배달 앱에서 판매 중인 음식 가격을 약 2000원 정도 올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B 씨는 “자주 배달해 먹었던 식당의 음식 값이 요즘 들어 너무 올랐다”며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성장한 배달 앱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식당 점주들은 높아진 수수료로 인해, 소비자들은 급등한 음식 값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문제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수료를 거둬 가는 배달 앱들도 깊은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수료율을 개편한 상황이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배달 앱들이 추가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배달 앱 수수료 논란은 운영사들의 ‘단건 배달’에서 비롯됐다. 단건 배달은 배달원 한 명이 한 건의 주문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한 명의 배달원에게 여러 주문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며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그러다 보니 주말 저녁과 같은 피크 타임에는 소비자들이 주문한 음식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
이때 등장한 곳이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다. 이런 소비자 불만을 알아챈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단건 배달을 앞세워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한 배달원이 한 집에만 배달하도록 해 음식이 도착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
소비자들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쿠팡이츠는 단숨에 배달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쿠팡이츠의 빠른 성장에 업계에서 독보적인 1위였던 배민조차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
결국 배민 역시 지난해 배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단건 배달 서비스를 개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렇게 단건 배달은 배달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음식점주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보편적인 서비스로 안착했다.
문제는 단건 배달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배달원 한 명에게 한 집에만 배달하도록 하다 보니 업체로서는 자연히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배달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심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수익성 악화는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실적을 살펴보자.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영업이익 525억원으로 견고한 실적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2019년 영업 손실 36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고 지난해 영업 손실은 756억원에 달했다. 배민의 적자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로 단건 배달이 지목된다. 쿠팡이츠도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이츠와 배민원이 단건 배달 수수료율을 전면 개편한 배경이다. 쿠팡이츠와 배민원은 올해 초 오랜 기간 진행해 왔던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그간 두 업체는 프로모션을 앞세워 중개 수수료 1000원과 배달비 5000원만을 각각 받아 왔다.
“민간에 위탁해 공공 앱 운영해야”
프로모션을 종료하면서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 9.8%에 배달비 5400원(수수료 기본형 기준)원으로 요금제를 조정했다. 배민 또한 최소 중개 수수료 6.8%에 배달비 최대 6000원(수수료 일반형 기준) 체계로 변경했다. 식당 점주들은 이전까지 음식 값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1000원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주문액이 커질수록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게 됐다.
여기에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비용까지 별도로 들어간다. 이들에게 지급하는 배달비는 음식점이 부담하는 배달료와 소비자가 내는 배달 팁으로 구성된다. 소비자와의 분담 비율은 업주가 정하는데 일반적으로 5 대 5로 나누는 경우(부가세 별도)가 많다.
예컨대 쿠팡이츠를 통해 10만원어치 주문이 들어오면 식당 점주는 약 1만원의 수수료와 2500원에 달하는 배달료를, 배민원은 7000원의 수수료와 3000원 정도의 배달료를 지불해야 한다. 한 식당 점주는 “요즘에는 물가까지 올라 음식을 팔아도 가져가는 수익이 크게 줄었다”고 호소했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식당 점주들 사이에 ‘탈배달 앱’ 움직임도 감지된다.
“배달 앱 수수료가 대폭 인상됐습니다. 배달이 가능한 지역에서 주문할 앱이 아닌 일반 전화로 음식을 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C 씨는 최근 손님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이런 내용의 쪽지를 자필로 써 함께 보낸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끝에 최근 들어 직접 식당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고객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이 경우 인근에 있는 배달 전문 대행 업체에 음식을 전달해 고객에게 가져다준다. C 씨에 따르면 배달 전문 대행 업체는 1km당 약 4300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 그는 “대행 업체의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따로 앱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없어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배달 앱 이용 건수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주요 3사의 이용자(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준)는 총 1855만2775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동기 대비 21.2% 감소했다. 엔데믹(주기적 유행)의 영향도 있지만 비싼 배달 요금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당 점주는 “수수료가 인상돼도 많은 소비자들이 앱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를 탈퇴할 수는 없다. 결국 앱 내에서 음식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거나 배달비 부담을 소비자에게 더 많이 전가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채운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 앱에서 무료였던 식당 배달료가 갑자기 3000원 이상으로 뛴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점주들이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달 앱의 수수료 인상 후폭풍이 고스란히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사업자들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권리 남용 행위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권리 남용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움직였다는 것만으로도 사업자들의 추가 수수료 인상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 배달 앱’을 통해서다. 다만 이 교수는 “지자체가 직접 공공 앱을 운영하면 인력이나 경험 등이 부족해 사업 운영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수많은 공공 앱이 등장했지만 전부 망했다. 따라서 배달과 관련한 운영 노하우를 가진 민간 사업자에게 공공 앱을 위탁해 운영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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