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가입, 中 자극하나..정부 "안보는 미국, 경제는 국익" 선긋기
기사내용 요약
한국, 美 이끄는 IPEF 초기 가입국 합류
인태 통상규범 논의에 적극 나설 예정
'RCEP 대항마' 평가…중국 반발 우려도
"안보 중립국 많이 참여…국익 따라야"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초기 가입국으로 합류한 가운데 중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IPEF가 실질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더라도 중국 측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국익'(안미경익)이라는 입장을 내세워 IPEF에 대한 실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IPEF 출범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번영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라며 "한국도 굳건한 연대를 바탕으로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출범 정상행사 직후 개최된 참여국 장관회의에 참석해, IPEF 출범 이후 진행될 협의 절차 등을 논의했다.
IPEF는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제안한 협의체다. 구체적으로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화 ▲조세·반부패 등 4개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IPEF 출범에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 등 13개국이 함께 한다.
IPEF는 관세 인하 등으로 상품과 서비스 시장 문턱을 낮추는 당근을 제시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과는 다르다. 새로운 분야의 통상 분야에서 공동 대응하는 게 목적이다.
공급망,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최근 주목받는 사안을 다루는 '경제통상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각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규범 수준이나 협력 범위는 논의를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IPEF가 자유무역협정(FTA)처럼 관세 인하 등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국내총생산(GDP)이나 인구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의 경제 협력체다.
IPEF 참여 국가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2.3%인 25억 명에 달한다. 또한 이들 국가는 전 세계 GDP의 40.9%인 34조6000만 달러를 차지한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끝난 뒤인 6월부터 약 18개월간 본격적인 IPEF 협상을 벌인 후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IPEF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IPEF는 의회 비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 행정명령에 근거하고 있어 빠른 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제화가 필요하지 않은 만큼 현지 정치 지형에 따라 지속성이 손상될 수 있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4개 분야에 대한 내용을 가입국이 채워나가야 하는데, 의제와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아 실익이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IPEF의 '창립 멤버'로서 논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IPEF 출범 초기가 아닌) 나중에 우리가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고민)하면 협력 조항은 우리 이익이 관철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참여국가간 끈끈한 공급망 협력은 우리 기업의 공급망 안정화와 다변화, 해외 진출 기회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양자컴퓨터 등 디지털 신기술, 산업의 탈탄소 전환,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민관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IPEF 가입으로 인해 향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가 자칫 악화하면 '수출 한국'이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아 경제산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IPEF가 '반중 연대'로 비춰져 중국을 자극하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사태' 당시처럼 반한 감정이 불붙어 우리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 중국 수출액은 1629억 달러로 비중은 25.3%에 달한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IPEF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2일 파키스탄 외무장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IPEF에 대해 "세계 경제 회복에 도움이 돼야하며 산업망 안정을 해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협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구상에는 긍정적이지만, 분열을 도모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IPEF는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대항마' 성격으로 평가 받는다.
다만 정부는 IPEF가 경제적 분야에 한정된 협력체로, 특정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IPEF 초기 참여국을 보면 중국과 경제적 관계도 많고 안보 이슈에서는 중립적인 국가가 많다"며 "쿼드는 미국 국무부 주도로 하지만 (안보와 관련이 커 중국 배제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IPEF는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그만큼 경제 분야에 더 집중된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이란 얘기를 많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말은 맞지 않다"며 "'안미경익'이다. 안보는 미국에 따라도 경제는 국익에 따라서 철저히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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