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리포트]칸 주인공 된 K무비..CJ·카카오 글로벌 투자 전략 통했다
K무비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 배경으로 국내 엔터업계 공룡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든든한 뒷배가 돼 아낌없이 투자하고 전세계로 콘텐츠 시장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황금종려상을 겨루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과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투자배급사가 CJ ENM이고 이정재 감독의 데뷔작인 ‘헌트’와 ‘브로커’의 제작사(사나이 픽처스, 영화사집)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개최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칸에 공식 초청된 작품들을 비롯해 칸 필름마켓에 나온 K무비들은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배급사 NEW 측은 “박훈정 감독의 ‘마녀2’를 비롯해 마켓 초기부터 구매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K콘텐츠의 위상이 격상되면서 한국 영화를 구매하는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은 “조금만 망설이거나 기다렸다간 좋은 작품을 놓칠 정도”라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기생충’, ‘부산행’ 등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대박난 IP(지적재산)들의 활약으로 K콘텐츠를 향한 글로벌 신뢰도와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영화 전문가로 올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인 제레미 세게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이 침체 대신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네 개의 한국 작품(‘헌트’, ‘헤어질 결심’, ‘브로커’, ‘각질’)이 올해 칸의 공식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한국영화산업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는 CJ EMN이 다양한 분야 및 해외의 기업들과 손을 잡고 합종연횡 전략을 펼치면서 전 세계로 시장을 확장한 결과물이다. CJ ENM은 앞서 ‘설국열차’(감독 봉준호), ‘박쥐’(감독 박찬욱)를 비롯해 2019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감독 봉준호) 등 칸 영화제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영화들의 투자배급을 맡은 업력이 있다.
스크린데일리는 좋은 콘텐츠를 위한 아낌없는 공격적 투자와 영역 확장이 칸 영화제에서 K무비가 갖는 영향력이 점점 상승하는데 순기능을 제공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중국 스타인 탕웨이를 주연으로 내세운 ‘헤어질 결심’, 일본인 감독에 한국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브로커’는 다문화를 지향하는 CJ ENM의 핵심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영화계에도 규모의 정치가 있다”며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비결에 CJ ENM과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었던 것처럼 영화제에서도 기업의 규모와 파워가 영향을 미친다”라고 덧붙였다.
CJ ENM에 따르면 영화 경쟁작 중 하나인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미 171개국에 선판매됐다. ‘기생충’을 배급했던 북미의 네온(Neon), 프랑스의 메트로폴리탄, 일본의 가가, 독일과 이탈리아 권역의 코치 필름, 스칸디나비아 권역의 트라이아트 필름, 베네룩스 3국 권역의 셉탬버 필름, 홍콩과 마카오, 호주와 뉴질랜드 권역 등에서 일찌감치 구매를 확정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CJ와 함께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스튜디오로 세계 영화산업의 눈도장을 찍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독창적 창의성과 제작 노하우를 갖춘 산하 제작사들과 작품을 만들면서 콘텐츠 IP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자정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으로 초청된 ‘헌트’의 프리미어 상영회에선 감독 이정재 및 배급사, 제작사 대표와 함께 장세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콘텐츠사업 본부장이 레드카펫을 밟아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영화 제작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장세정 본부장은 “크리에이티브, 작품 기획개발, 제작, 마케팅과 법무 등 콘텐츠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본사와 자회사의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IP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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