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방역협력' 제안에 계속 묵묵부답.. 도발 가능성은 여전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협력을 위한 우리 측의 실무접촉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내부적으론 연일 방역 '승세'를 주장, 사실상 우리 측의 지원 제안을 거부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미정상은 지난 21일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무관하게 코로나19 백신 등을 북한에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재차 밝혔으나, 이에 대해서도 호응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23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측은 이날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개시 통화에서 '코로나19 관련 실무접촉을 제안하는 우리 측의 통지문을 수령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채 통화를 종료했다. 오후 마감통화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지난 16일 북한의 코로나19 대응 지원을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하는 내용의 권영세 장관 명의 통지문을 김영철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보내고자 한다는 의사를 북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로부터 1주일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해당 통지부의 접수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통지문엔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과 마스크, 진단도구 등을 북측에 제공하고, 우리 방역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협력도 진행할 용의가 있으니 실무접촉을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통지문 접수가 계속 지연되고 있음에도 일단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주민들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처음 대내외에 알렸다. 그러나 12일 첫 회의 당시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회의장에 출석해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닷새 만인 17일부턴 다시 평소와 같은 '노마스크' 상태로 돌아왔다.
그 사이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의 '호전 추이'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까지 했다.
실제 북한 당국 발표를 보면 코로나19 의심 환자로 추정되는 북한 내 유열자(有熱者·발열자)의 일일 발생 건수는 지난 15일 39만여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16~20일엔 매일 20만명대를 기록했고, 21~22일엔 이틀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하며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유열자 중 사망자 수도 14일 15명 이후 1주일 넘게 한 자릿수를 유지 중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로부턴 "북한이 우리나라나 미국 등의 코로나19 방역지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에서 열린 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 북한의 코로나19 발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며 "한미는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북한의 '의도적 무시'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남북 또는 북미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한미 양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및 2중 기준 철회'를 제시하면서 인도적 지원은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접촉 제의에 불응해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미 '최중요' 우방국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약품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의료진이 이미 북한에 들어갔단 얘기도 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그간 축소됐던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정상화'하고 필요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각에선 이 같은 한미정상들의 합의사항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지난 20일 시작된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20~22일 한국·22~24일 일본) 전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별개로 조만간 무력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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