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대응? 인천 선거판, 과열되는 '고발전'
인천시장 후보 박남춘-유정복도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발
"옷 색깔이 정당 떠올리게 해"…교육감 후보도 고발전
"지방선거 관심 떨어지다 보니 네거티브로 지지층 결집만" 지적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지역에서 고발전이 잇따르며 선거판이 과열되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를 막기 위한 방어책이라고 하지만, 결국 피해는 유권자들이 입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쟁후보인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 등 6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의 발단은 '가지치기 된 가로수'다. 현재 이 후보 선거사무소 바로 앞에는 가지치기가 끝난 가로수가 있다. 윤 후보 등은 이 후보가 자신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고의로 가로수를 가지치기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지자체 사업이라며 의혹을 일축하고, 윤 후보 등을 고발했다. 이 후보 측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후보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됨은 물론,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오도하는 등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국민의힘도 이 후보를 고발하며 맞서고 있다. 바로 '민영화 논란'이다. 논란은 지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김 실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40% 정도를 민간에 팔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민주당 측은 윤석열 정부가 민생과 직접 관련있는 분야를 민영화하려 한다며 앞다퉈 공세에 나섰다. 이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기·수도·공항·철도 등 민영화 반대"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고발에 나섰다. 국민의힘 측은 "가짜 (공기업) 민영화를 내세워 유권자들을 혼란케 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중한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가짜 뉴스 유포와 허위사실 선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발본색원하겠다"며 고발 배경을 밝혔다.
"상대방이 허위사실 유포"…인천시장도 고발 난타전
박 후보 측은 "유 후보 측이 인천지역 의료기사연합회로부터 지지선언을 받았다고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연합회는 간담회를 하기 위해 유 후보 사무실을 찾았을뿐 지지선언은 하지 않았으며, 간담회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은 유 후보가 정당의 정책을 소개하는 방송에 출연해 불법 선거운동을 저질렀다고 추가로 고발하기도 했다. 정강정책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정작 자신의 업적을 소개했다는 게 이유다.
이에 맞서는 유 후보 측도 박 후보와 민주당 맹성규·허종식 국회의원에 대한 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이 '유 후보가 공약을 파기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
유 후보 측 관계자는 "유 후보는 제2경인선을 조기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선거 공보물에도 넣었는데, 박 후보와 맹 의원은 '공약이 파기됐다'는 허위사실을 보도자료로 냈다"며 "허 의원의 경우, 한 단체대화방에서 '유 후보가 시장이 될 경우, 현재 이용중인 인천 이음카드가 사라진다'는 허위사실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인천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인데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황이 너무나 명백해서 고발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감 후보마저 고발…"네거티브 전략 등 '선거기술'만 늘어"
고발 사태는 인천교육감 선거로까지 번졌다. 교육감 선거에 정치색을 입혔다는 게 이유다.
전 인천시의원인 서정호 후보는 지난 16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쟁 후보인 도성훈 전 인천교육감과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를 고발했다. 이들이 유세 현장에 입고 나가는 옷 색깔이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서 후보는 "도 후보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선거운동복을 입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며 "최 후보도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의류를 입고 축사를 했는데,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받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도 후보는 주로 파란색, 최 후보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고 있다. 서 후보는 흰색 의류를 입고 있다.
정치권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마저 고발이 잇따르며 정치판이 자정작용을 잃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선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을 사법부에 맡기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데, 결코 유권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는 비교적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리 있고, 선거운동 기간도 보름 남짓"이라며 "공약보다는 네거티브가 먹히다 보니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선거기술'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게 되고, 결국 유권자만 피해를 입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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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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