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기려 장학금 만들었어, 우리 잘 해내고 있으니 걱정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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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정말 보고 싶어. 그치만 우리 잘 해낼 수 있으니까, 아빠가 우리 걱정은 너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유리씨는 사고 전날(1월 5일) 오후에 출근하던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제 그만 쉬어." 유리씨가 아빠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인사다.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이지만, 아빠는 화마에 휩싸여 있던 그 마지막 순간에도 아마도 유리씨와 가족들을 떠올리며 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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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동료들의 뜻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다른 유족과 함께 1억5000만원 장학금 조성
“아빠, 정말 보고 싶어. 그치만 우리 잘 해낼 수 있으니까, 아빠가 우리 걱정은 너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유리씨는 가슴에 품었던 마지막 인삿말을 전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1월 6일 경기 평택시 물류창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순직한 고 이형석(50) 소방경의 딸이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4개월. 유리씨는 어렵게 용기를 내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화마 속으로 주저 없이 몸을 던졌던 아빠의 희생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랐고,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분이었는지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22일 한국일보와 만난 유리씨는 최근 아빠 이름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유리씨는 아빠와 함께 세상을 떠난 2명의 소방관 유족들과 함께 가구당 5,000만원씩을 내어, 총 1억 5,000만원의 기금을 만들었다. 지역 내 저소득층 자녀 50명을 매년 선발해 3년간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다른 유족분에게 연락이 왔었죠. 돌아가신 소방관들의 희생정신과 숭고한 뜻을 사회에 환원했으면 어떻겠냐 하시기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유리씨는 아빠에게 물어봤더다면 이 계획에 단번에 동의하셨을 거라고 말했다. 유리씨는 “아빠는 생전에 늘 이웃과 함께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아빠의 희생이 세상에 빛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마침 장학금 제안이 들어와 동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장학기금을 통해 사람들이 아빠와 동료들을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아빠와 친구처럼 친하게 지냈다는 유리씨. 아빠는 길을 걸을 때면 늘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해 준 정다운 분이었다. “지금도 아빠가 '유리야' 이름을 불러 줄 것 같다"고 아빠를 그리워했다.
유리씨는 사고 전날(1월 5일) 오후에 출근하던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평소 아빠가 출근하면 늘 얼굴을 보며 인사를 나눴지만, 유독 그날만은 아빠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소방서로 보냈다고 한다.
하필 그날따라 왜 그렇게 인사를 하고 끝냈을까? 아빠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깊은 회한으로 남았다. “아빠가 뭔가 얘기하고 싶은 듯 돌아서려고 주춤했던 뒷모습이 생각나요. 그때라도 아빠를 부를 걸 그랬나봐요. 그랬다면 아빠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었을 텐데."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제 그만 쉬어." 유리씨가 아빠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인사다. 상상하기도 싫은 장면이지만, 아빠는 화마에 휩싸여 있던 그 마지막 순간에도 아마도 유리씨와 가족들을 떠올리며 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큰 걱정을 품고 떠난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싶다.
이 소방경과 동료 소방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평택 물류창고 화재는 1월 5일 오후 11시 46분 청북읍 지상 7층·지하 1층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밤샘 진화를 통해 6일 오전 7시 12분쯤 큰 불을 잡았지만, 불길이 다시 커지자 2시간여 뒤인 오전 9시41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큰 불 진화 후 인명 구조를 위해 투입된 이 소방경, 박수동(31) 소방장, 조우찬(25) 소방교 등 3명은 화재 현장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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