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특파원 칼럼]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입력 2022. 5. 2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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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8차선 큰 도로가 있다.

수십명 승객을 태운 버스는 정기적으로 운전자가 바뀌었을 뿐 사거리, 때론 오거리 교차로가 나왔을 때 항상 직진했다.

그러나 역대 선배 운전 기사들이 직진 도로를 선택해온 덕에 승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경험칙'을 믿고 따랐다.

새 버스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 승객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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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8차선 큰 도로가 있다. 수십명 승객을 태운 버스는 정기적으로 운전자가 바뀌었을 뿐 사거리, 때론 오거리 교차로가 나왔을 때 항상 직진했다. 꼭 그래야 할 의무는 없었다. 좌회전 또는 우회전을 한다는 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구역에 들어서는 것이어서 불확실성의 영역에 승객들을 끌고 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뿐이다.

때로 좌측, 우측 길이 편하고 안전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역대 선배 운전 기사들이 직진 도로를 선택해온 덕에 승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경험칙'을 믿고 따랐다.

버스 기사가 바뀌었다. 그는 운전대를 우측으로 꺾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승객들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미국과 안보동맹에서 경제·기술동맹으로, 한·미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킨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새 버스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 승객은 국민이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으로 좌측 도로, 즉 중국과 간극이 얼마가 됐든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다. 그러나 이번에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사드는 이름 그대로 미사일 방어체계(한국 정부는 중국이 아닌 북한 공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대응해왔지만)다. 무엇보다 한국 땅에서 북한이나 중국을 선제 공격할 일은 없다는 모두의 전제가 있었다.

반면 이번 IPEF 출범과 한국 참여는 글로벌 공급망, 그 중에서도 반도체 분야에서 자신들을 타격할 가능성을 중국은 강하게 의심한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IPEF로 산업망 안정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반도체 산업 타격 전략 아래 중국 반도체 산업은 질적 성장이 멈춘 상태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500억달러로 원유 수입의 1.8배에 달했는데 수입 메모리 반도체의 25.8%를 한국에 의지했다. 거칠게 보자면 한국으로부터 수입이 막히면 PC, 스마트폰 4대 중 1대가 생산을 못한다. 전후방 산업이 타격을 받는 건 물론이다.

한국이라고 성할 리 없다. 지난해 중국으로 보낸 반도체 수출액이 494억달러, 전년 대비 증가율이 25.5%에 달했다. 만약 IPEF의 거대한 시나리오에 의해 중국향 반도체 수출이 멈춘다면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막는 식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와해를 시도할 여지가 있다. 이런 식으로 글로벌 산업 공급망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란 있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IPEF 가입 선언까지 딱 11일이 걸렸다. 관료들이 꾸준히 검토하고 따져본 결과물일 테지만 협의된 내용의 수위를 보면 대중국 압박을 최우선 가치로 둔 미국 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쨋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앞으로 닥칠 변수와 변수의 고개에서 윤석열 정권이, 한국이 최선의 선택에 집중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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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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