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해외 입양… 칸, 우리가 외면한 ‘그늘’을 들추다

칸/김성현 기자 2022. 5.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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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로라 필름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을 통해서 공개된 영화 '리턴 투 서울'.

올해 칸 영화제는 한국의 빛과 그늘을 모두 비춘다. 경쟁 부문 진출작만 2편에 이르는 한국 영화계의 저력이 빛이라면, 한국 사회의 해외 입양 문제는 그늘이다. 22일(현지 시각) 칸에서 공개된 ‘리턴 투 서울’은 한국의 해외 입양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프랑스 장편영화다.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 작품은 한국 영화의 경계가 갈수록 희미해지는 다국적화 현상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인 데비 슈(38)가 연출하고 프랑스·독일·벨기에가 합작했지만, 오광록·김선영 등 한국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고 촬영도 대부분 한국에서 마쳤다. 대사도 영어와 프랑스어, 한국어가 자유롭게 뒤섞인다. 칸 현지 시사회에 참가한 박성호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는 “과거에는 ‘한국에서 한국 영화인들이 한국 자본으로 만드는 것’이 한국 영화의 정의였다면, 21세기에는 무엇이 한국 영화인지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어릴 적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프레데릭 브누아(박지민)가 영화의 주인공. 등록 번호가 뒷면에 적힌 낡은 사진 한 장을 달랑 들고서 무작정 서울로 찾아온다. 그래서 제목도 ‘리턴 투 서울’이다. 우여곡절 끝에 친아버지(오광록)와 대면하지만 분노와 원망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만다. 영화는 6·25 전쟁 이후 해외 입양아가 22만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여주면서 한국 사회가 눈 돌리고 있었던 현실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값싼 신파로 치닫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영화의 역설적 매력이다. 친부모를 찾는 과정을 귀향(歸鄕)에 비유한 서정적인 초반부터 자유분방한 젊음의 일탈을 보여주는 중반까지 유럽과 아시아 영화가 한데 어우러진 듯한 묘미가 있다. 신중현의 명곡인 ‘꽃잎’과 ‘봄비’ ‘아름다운 강산’ 등이 첫 장면부터 주제가처럼 흐르면서 한국적 분위기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 오로라 필름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을 통해서 공개된 영화 '리턴 투 서울'.

데비 슈 감독은 2011년 다큐멘터리 ‘달콤한 잠’부터 꾸준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번 영화 역시 감독과 함께 방한했던 한국계 입양아 친구의 실제 사연에서 착안했다. 감독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한국에서 친구가 친아버지와 연락이 닿아서 삼계탕을 함께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언젠가 영화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도 브누아가 친할머니·아버지와 삼계탕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여주인공 역의 박지민은 한국계 프랑스 화가이자 설치 미술가. 연기는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하지만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채롭고 생생한 표정과 연기 폭을 보여준다. 한국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어도 유창하지만, 극중 배역상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것처럼 연기하는 대목도 일품이다. 아버지 역의 배우 오광록은 “박지민이 촬영 전부터 프랑스 제작사나 감독과 집중적으로 연기 훈련을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의 연기에 놀랐다”고 말했다. ‘리턴 투 서울’은 칸 영화제 이후 국내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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